[헬로DX] TSC가 바꾸는 AIDC 트렌드의 흐름...韓, 토털 솔루션 도전자가 겨냥한 첫 무대로

2025-12-03

물류창고 현장을 채우는 것은 보통 컨베이어·파렛트 등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물류를 움직이는 것은 상자 옆에 붙은 각 라벨이다. 바코드, QR 코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태그 등 라벨에 찍힌 정보가 입·출고, 집품(Picking), 배송까지 전 과정을 이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전자상거래와 물류의 최종 구간을 뜻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시장이 폭발하면서, 이러한 ‘자동 식별 및 데이터 캡처(Automatic Identification & Data Capture 이하 AIDC)’ 장비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술 방법론은 ‘그늘 속 인프라’가 아니라 공급망의 성능을 가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장비만으론 해답이 안 된다는 데 있다. 프린터, 모바일 컴퓨터, 스캐너, 클라우드 등 핵심 인프라가 각각 다른 브랜드와 파트너를 통해 들여오다 보니, 현장에선 장애가 발생할 때마다 대응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글로벌 AIDC 시장이 일찌감치 ‘토털 솔루션’을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말, 인프라, 소프트웨어를 한 덩어리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속도, 유연성,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맞추기에는 선택지가 넉넉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쌓여왔다.

대만 소재 AIDC 솔루션 업체 ‘TSC Auto ID Technology(이하 TSC)’는 그동안 라벨 프린터로 인지도를 축적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기업용 모빌리티 솔루션 및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기술 업체 ’블루버드‘를 인수하며 앞선 기술 역량을 확장했다.

이들은 모바일 컴퓨터 및 소모품, 소프트웨어 등 포트폴리오를 추가하며 AIDC 토털 솔루션 시장의 도전자로 나선 것이다.

저우 쉐이(Janice Chou) TSC 글로벌 세일즈 부사장은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파트너 구조,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AIDC 워크플로 전체를 책임지는 그림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펼쳐 보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영역 분리 아닌 제품 생태계 통합”...라벨 프린터 업체에서 ‘AIDC 도전자’로

저우 쉐이 부사장이 현재 AIDC 시장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꺼낸 키워드는 분리가 아닌 통합이다. 과거에는 특정 공정의 바코드 프린터만 판매해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입고·보관·집품·포장·출고까지 이어지는 전체 생애주기를 어떻게 통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메시지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장비의 제조사가 어디인지보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어떤 주체가 전체 워크플로를 개선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시각이다.

TSC가 블루버드를 품은 배경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TSC는 오랫동안 라벨 프린터를 비롯해, 라벨, 리본 등 소모품에 강점을 가진 업체로 인식됐다. 반면 블루버드는 산업용 모바일 컴퓨터, 핸드헬드(Hand-held) 단말기, 태블릿 등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인식·전송하는 손 안의 장비를 취급했다.

이 두 회사가 한데 통합되면서, 라벨을 찍고 단말로 스캔해 시스템에 올리는 전 과정을 하나의 주체가 관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저우 부사장은 “예전엔 일부 글로벌 업체에게만 허용되던 ‘엔드투엔드(End-to-end) AIDC 솔루션’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블루버드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동시에 자신들을 전통적인 주류 플레이어와는 다른 유형의 업체로 규정한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이미 방대한 제품군과 채널을 갖고 있는 대신,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반대로 TSC는 라벨 프린터, 모바일 컴퓨터, 소모품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단순하지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제품을 늘어놓고 선택을 맡기는 시장 내 통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현장 시나리오에 맞춘 솔루션을 먼저 제안하고 세부 옵션을 조정하는 식이다.

이 같은 통합의 키워드는 TSC 내부 전략에서도 반복된다. 부사장은 브랜드를 둘로 나누는 대신 하나의 가치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나로 통합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사측은 이를 위해 글로벌 조직 차원에서 영업·마케팅·파트너 프로그램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채널 정책도 제품군마다 다루는 조직이 갈라지지 않도록, 단일 파트너가 전체 포트폴리오를 통합할 수 있게 방향성을 겨냥했다.

이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생각도 명확하게 설명했다. 저우 쉐이 부사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술 수용 속도가 빠르고, 이커머스·물류·제조업 모두 AIDC 활용 수준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그에 비해, 회사가 가진 국내 점유율은 아직 도전자의 포지션에 가깝다며 성장의 여지도 남겼다.

이러한 시각은 이미 블루버드가 국내에서 축적한 고객·파트너 기반 위에 TSC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면 높은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이를 통해 한국에서의 성과를 글로벌 AIDC 전략의 레퍼런스로 삼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AIDC 스펙 경쟁을 넘다, ‘현장 친화적 파트너’ 전략

리 정중(Bryan Lee) TSC 세일즈 시니어 디렉터는 “각 현장과 가까운 채널 파트너와 함께 한국형 AIDC 레퍼런스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TSC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로 다가가기 보다, 현장·파트너에 가까운 회사로 인식되고 싶다”고 소개했다. 시장에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대형 업체들이 있고, 성능·제품군만 놓고 보면 TSC보다 더 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춘 경쟁사도 적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것이 기존 방식의 스펙 전쟁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TSC 전략의 배경이다.

이 가운데 두 사람이 반복해서 강조한 키워드는 ‘하드웨어 플러스(Hardware Plus)’다. 이는 단말기·프린터·라벨·리본 등 기본 장비는 어디까지나 출발점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중요한 것은 이 장비들이 실제로 어떤 업무 흐름에 배치될지, 누가 언제 어떤 환경에서 이를 쓸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예컨대 물류센터 내 집품 담당자, 매장 계산대 직원, 병동 간호사 등이 단말기를 쓰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TSC는 동일 제품을 모든 업종에 수평적으로 제공하는 대신, 각 분야의 워크플로를 분석해서 어떤 기능과 액세서리가 실제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는지를 먼저 고려하는 접근을 취한다. 여기에 그동안 프린터 비즈니스를 지속해온 만큼 인쇄 품질, 내구성, 라벨·리본 호환성 등 기본 성능에는 여전히 민감하다.

또한 저우 쉐이 부사장은 얼마나 빠르게 제품을 도입해서 오래 안정적으로 운영 가능할지를 고민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TSC는 단말기·프린터뿐만 아니라 원격 관리, 펌웨어 업데이트, 제품수명주기관리(PLM) 등을 함께 설계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단말기 교체 주기, 장애, 교육 시간 등을 줄이는 것이 ‘하드웨어 플러스’의 키워드가 고객에게 설득적으로 다가간다는 뜻에서의 전략이다.

사측은 RFID 영역에서도 유사한 전략을 구상했다. 저우 부사장은 RFID에 대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프로세스를 이어주는 다리라고 묘사했다. 이 관념을 기반으로 어떤 지점에서 태그를 설치하고, 어디를 통과할 때 어떤 정보가 자동으로 읽혀야 하는지, 그 데이터가 어떤 시스템에 쌓여야 하는지를 한 번에 설계하면 효과가 달라진다.

태그·리더기·프린터를 파편적으로 도입하면 현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접근법이다. TSC가 최근 수년 동안 RFID 프린터 및 인코더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면서도, 특정 산업군 위주로 적용 사례를 쌓는 데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사장은 “모든 AIDC 시장을 다루겠다는 막연한 청사진을 마련하기 보다, 물류창고·제조·헬스케어·공공 등 각 국가·지역에서 RFID와 모바일 컴퓨팅 수요가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을 타깃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각 분야에 속한 파트너와 함께 레퍼런스를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에서 성공 사례를 만든 뒤, 비슷한 역량을 가진 고객에게 제품·기술을 확산시키는 연쇄적 방식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때 어떤 산업에서 무슨 워크플로를 바꾸고 있는지에 주력할 계획이다.

새로운 검증 무대로 낙점된 한국...TSC AIDC의 다음 챕터

두 사람은 이 지점에서의 국내 시장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에 방한한 저우 쉐이 부사장은 그 이유로 블루버드와의 시너지를 꼽았다. 블루버드가 합류한 뒤, 첫 해 전략을 함께 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그룹 전체가 새로운 실험을 먼저 해보는 테스트베드에 가깝다. 제조·물류·유통 인프라가 촘촘하고, 현장 자동화 수준도 높기 때문에 새로운 단말기·소프트웨어 조합을 빠르게 시험해보고 반응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블루버드는 모바일 컴퓨터, 핸디 터미널, RFID 리더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부사장은 그동안 동선, 손 크기, 사용자 화면(UI) 사용성 등 사용자 관점에서의 제품 철학이 주효할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 리 정중 시니어 디렉터도 한국에서의 채널 전략을 보탰다. 그는 “각 나라마다 시장 구조와 파트너의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본사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정하기보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로컬 파트너를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가 파트너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고, 그 인사이트를 제품 로드맵과 서비스 정책에 빠르게 반영하려 한다”며 “블루버드와의 협업도 기존 채널과 새 포트폴리오를 하나로 통합하는 실험”이라고 덧붙였다.

TSC는 이러한 기반 아래 자사 솔루션을 통합해 제공하는 것을 두 번째 로드맵으로 설정했다. 물류센터 입고 구간에서 라벨을 찍고, 집품·포장 라인에서 단말기로 작업을 확인하고, 출고·배송 구간에서 RFID로 흐름을 추적하는 등 핵심 라인을 자사 제품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는 각 단계마다 각기 다른 벤더(Vendor)의 장비를 이어 붙이는 대신, 하나의 데이터 구조와 관리 체계 안에 두겠다는 구상이다.

리 정중 디렉터는 “실제 현장은 IT 인력의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장비 한 대 한 대를 따로 관리하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통합 방식은 효율적인 대안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수백·수천 대의 AIDC 인프라를 중앙에서 얼마나 쉽게 관리하고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TSC는 한국에서부터 원격 모니터링, 자산 관리, 보안 정책, 장애 대응을 하나의 관리 화면으로 묶는 운영 모델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저우 쉐이 부사장은 “이는 장비를 쓰는 시간은 늘리고, 관리하는 시간은 줄이는 방향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레퍼런스를 향후 다른 국가 시장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저우 쉐이 부사장은 차세대 기술과의 융합 시 중요한 지점도 언급했다. 그는 AIDC를 인공지능(AI)과 자동화(Automation)의 핵심 토대라고 표현했다. AI·로봇·분석시스템 등 어떠한 미래형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더라도, 밑단에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들어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견해를 비춰볼 때, 교환 주기가 긴 산업용 단말기·프린터·RFID 인프라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현장의 골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 상단에 어떤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생산성과 고객 경험이 탄생한다는 그의 시각이다.

마지막으로 저우 부사장은 “AIDC 인프라는 한 번 도입되면 보통 최대 10년까지 현장을 가동하는 기반”이라며 “이는 짧은 유행보다 긴 수명을 전제로 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하며, 블루버드와 함께 이 같은 비전을 한국 시장에서 실현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이처럼 한국 시장은 TSC AIDC 전략의 다음 챕터를 제시할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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