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자축구에서도 잔디 문제 속출 “여자는 왜 ‘최악의 필드’에서 싸워야 하나”

2025-03-19

유럽 여자축구도 부실한 잔디 때문에 곯머리를 앓고 있다.

여자축구 경기장의 열악한 잔디 상태가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유럽 여자축구 주요 경기에서 부실한 경기장 환경이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선수들과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20일 BBC가 전했다.

아스널은 2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에서 열린 2023-24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WCL) 8강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0-2로 패했다. 그러나 경기 결과보다도 더 주목받은 것은 경기장 상태였다. 해당 경기장은 레알 마드리드 남자팀 2군이 주로 사용하는 곳이다. 잔디가 심하게 훼손돼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전에 비가 내려 곳곳에서 진흙탕이 만들어졌다. 선수들의 유니폼은 진흙으로 뒤덮였다. 전 아스널 선수 이안 라이트는 SNS를 통해 “이런 경기장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수치스럽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6일에는 잉글랜드 여자리그컵 결승전(첼시-맨체스터 시티)에서도 잔디 문제가 논란이 됐다. 프라이드 파크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선수들은 고르지 못한 필드와 잦은 미끄러짐 때문에 원만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당시 경기에 출전한 에린 커스버트(첼시)는 “이런 상태 경기장이 결승전 무대라는 게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국프로축구선수협회(PFA)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런 환경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것은 단순히 경기력 저하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여자축구팀의 경우, 같은 구단 내 남자팀과 비교해 경기장 환경에서 차별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 여자팀은 창단 이후 단 한 차례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 남자팀은 최상의 환경에서 매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가디언 여성 축구 전문 기자 톰 개리는 BBC 라디오 5 라이브에서 “이 문제는 레알 마드리드 여자팀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례 중 하나”라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여자팀에 최소한의 지원만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에서도 골라인 기술(골라인 판독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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