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반대에도 재산 18억 장남 몰아준 90대…"이혼사유 된다"

2025-10-04

60여 년의 혼인 생활 동안 부부가 함께 모은 재산을 배우자의 동의 없이 장남에게 몰아준 행위가 결국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80대 아내 A씨가 남편 B씨(90대)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A씨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A씨와 B씨는 1961년 혼인해 3남 3녀를 두고 농사와 식당 일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혼인 기간 취득·유지한 재산은 대부분 남편 B씨 명의로 돼 있었다. A씨는 식당 등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갈등은 2022년 집과 대지가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편입돼 3억 원의 수용 보상금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사용 방법을 두고 부부가 다투자 B씨는 A씨의 반대에도 보상금 권리를 일방적으로 장남에게 증여했다.

같은 해 B씨는 감정가액 15억원 상당의 부동산마저 장남에게 넘겨 B씨의 명의로 남은 재산은 종중 재산을 포함해 약 5억원에 불과하게 됐다.

이에 A씨는 “남편이 일방적으로 재산을 처분해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났다”며 이혼을 청구했다. 그러나 B씨는 “장남에게 증여한 재산은 모두 특유재산으로 분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맞섰다.

대법원은 “민법은 이혼 시 재산분할 제도를 통해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에 대해 누구 명의로 취득했는지와 관계없이 분할 청구를 허용한다”며 “이 협력에는 재산 취득뿐 아니라 유지·증식에 대한 협력도 포함된다”며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혼인 생활 중 한쪽 배우자가 부부의 공동 재산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해 가정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는 상대 배우자의 생존과 자율적 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로 인해 부부 간 애정과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고, 혼인 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의 반대에도 평생 함께 이룬 재산의 주요 부분을 연이어 장남에게 증여하고 정당성을 주장할 뿐, 배우자의 남은 생애를 도모할 대안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며 “경제적 자립과 안정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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