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초고가 주택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국내 최고가 오피스텔로 꼽히던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내 '시그니엘 레지던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초고가 레지던스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전청조 사건, 특정경제범죄 사건 등으로 사기꾼 이미지가 덧씌워지며 매달 수백 만 원이 넘는 관리비를 내면서도 공실로 방치하는 집주인까지 등장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시그니엘의 전용 190㎡(146평)는 지난 4월 60억5000만 원(50층)에 거래됐다. 이는 2022년 11월 같은 면적이 80억 원(47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20억 원 하락한 금액이다. 전용 205㎡(158평) 역시 2022년 5월 78억 원에서 올해 3월 69억8500만 원으로 약 10억 원 떨어졌다.
시그니엘은 한때 국내 최고가 분양가를 기록하며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미지가 흔들렸다. 2023년 올림픽 펜싱종목 은메달리스트 남현희씨의 재혼상대였던 전청조씨는 롯데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거주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 시그니엘 호텔과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같은 건물이다. 전씨는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소유자 행세를 했지만 사실은 월세계약을 맺은 임차인이었다.
같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탁모씨는 코인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배당금을 지급해 이익을 얻게 해 주겠다며 주식 매수 대금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4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탁씨는 이 범행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브로커 성모씨에게 수사를 무마해 달라며 현금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성씨가 검경 고위직에게 청탁해 탁씨 사건 일부를 무마한 것이 알려지면서 비위에 연루된 수사관들이 구속기소되거나 수사망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탁씨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타워 시그니엘 호텔에서 피해자들에게 재력을 과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VIP룸을 이용하며 재산이 많아 자금 반환에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키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일들로 회계사 출신 유튜버에 따르면 시그니엘 181㎡(90A 타입)를 보유한 김씨는 지난해부터 월세 매물을 내놨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1년째 공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월세 시세가 약 1700만 원임을 감안하면, 1년간 놓친 임대 수익만 2억 원이 넘는다. 씨는 매달 320만~330만 원의 관리비를 내고 있으며 공실이라도 환기 시스템을 가동해야 해 연간 관리비가 3000만~4000만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입주민들은 시그니엘이 사기꾼들의 성지가 된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처럼 고급거주시설에 한해 입주 전 백그라운드 점검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소한 신용불량이나 사기전적, 세금탈루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