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조세심판원이 허위세금계산서라도 매출로 인정됐다면, 해당 매출과 관련된 매입금도 합당한 비용 처리 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조세심판원은 과세관청이 허위세금계산서로 귀속이 불분명한 쟁점금액에 대해 법인세와 대표자 상여로 과세처분한 건 부당하다는 취지의 심판청구에서 청구법인 갑의 청구를 인용했다(조심 2025서1582, 25. 8. 19.).
심판원은 “매출은 인정하면서 매입에 해당하는 필요경비를 부인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매입비용은 손금으로 인정함이 타당하다 할 것”이라며 “과세기간 동안 가공 재고량 내지 매출량이 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처분청이 매출거래를 전부 정상거래로 인정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매입액을 불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라고 인용 사유를 밝혔다.
청구법인 갑은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을 사들여 소비자 등에게 파는 도소매업체다.
문제가 된 시점은 2020년 8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물품구매 거래였는데, 과세관청은 이 시기 갑이 거래처로부터 사들인 물품 구매를 거짓 거래로 보아 허위 구매한 부분 등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고, 대표자 상여로도 소득세를 부과했다.
과세관청은 이 시기 갑의 거래처들은 수수료 받고 가짜 세금계산서를 팔아치우는 ‘자료상’이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갑은 억울하다며 심판청구를 제기했는데, 과세관청은 갑에 법인세랑 대표자 인정상여를 물리기 위해 자신들이 허위거래로 판단한 부분까지 매출로 잡아 세금을 물렸는데, 이는 매출로 인정하면서도 매입은 인정하지 않는 건 상호모순이란 이유이기 때문이다.
또한, 갑은 우리 관계사는 정상거래로 보아 비용인정을 해줬으면서 왜 우리 회사는 비용인정을 안 해주느냐며, 갑도 허위 거래를 한 게 아니라 거래처에 제대로 돈 주고, 물건 받고, 물건을 팔아 매출을 냈다고 주장했다.
갑은 과세관청이 갑의 관계사가 갑의 거래처와 물품구매 거래한 건 거짓 거래가 아닌 제대로 된 거래로 인정한바 있는데, 그때 과세관청은 갑의 관계사의 재고자산 수불부(재고 출납부) 등 매입자료 및 매출자료 등을 근거로 갑의 거래처로부터 실제 돈을 두고 물건을 사 와 소비자들에게 팔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갑 역시 자신의 관계사처럼 거래명세서 및 재고자산 수불부, 물건을 사들인 대가로 지불을 계좌이체 내역, 소비자에게 팔았다는 매출 내역을 제시했는데, 갑의 관계사 것은 믿어주고, 갑은 왜 안 믿어주느냐고 항변했다.
갑은 만일 이게 정상거래를 위장하기 위한 수법이라면, 갑이 계좌로 지불한 거래처 물품대금을 거래처로부터 돌려받아야 했지만, 그러지도 않았고, 그런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과세관청은 갑의 거래가 매우 수상하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갑의 대표이사는 실제 물품을 구매했다는 실질 거래처 사장이 누군지, 실질 거래처가 어디 있는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실질 거래처와 실질 물품 거래에 대한 증거도 입금내역, 매출·매입장, 세금계산서 외에 없고, 계약서, 운송장, 재고관리 내역, 해당 상품의 판매처 자료 등의 증빙도 제출하지 않았다.
갑 말대로라면 갑은 상대가 누군지도 잘 모르면서 거래를 했고, 계약서나 운송에 대한 증빙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심지어 실제 물건을 받았는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받아 돈을 줬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또한, 과세관청은 갑이 실질 거래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얼마든지 거짓장부를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갑의 관계사에 대해 관할 세무서가 실물 거래로 인정한 부분에 대해선 갑과 갑의 관계사와 서로 다른 기업으로 논외라고 강조했다.
심판원은 갑의 주장을 받아들였는데, 핵심은 ‘돈’이었다.
심판원은 과세관청은 문제의 2020년 8월~10월간 물품구매가 실제 매입이 없는 가짜 거래라면, 매출은 어떻게 발생됐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매매상에게 물건을 판 돈(매출)이 있다는 건 물건을 어디서 사 왔다는 돈(매입)도 있었다는 의미인데, 위 거래가 허위거래이고, 그럼에도 뭔가를 팔아 돈을 벌었다면, 미리 쌓아둔 재고라도 있었다는 식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증거는 과세관청이 제시하지 못했고, 때문에 심판원은 갑이 제시한 재고자산 수불부 등을 신빙성 있는 증거라고 인정했다.
심판원은 갑이 거래처에 준 돈을 되돌려 받았다면 위 거래가 허위거래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러한 증거도 없었고, 갑 관계사의 관할 세무서가 갑과 유사한 거래에 대해 매입을 비용으로 인정한 점을 감안하면, 갑은 실제 물품을 구매해 물건을 팔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