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4000만원씩 따박따박"…'벤츠 한 대 값' 집에 월세로 태우는 사람들, 왜?

2025-10-06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월세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이런 현상이 최근에는 용산·성동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월세 거래는 총 8만 280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월 임대료 100만 원 이상은 3만 3707건으로 전체의 40.7%를 차지했다. 특히 월세 1000만 원을 넘는 초고가 거래도 169건에 달했다.

가장 비싼 거래는 지난 6월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 24층(전용 241.93㎡)에서 나왔다. 이 물건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4000만 원으로 1년 계약이 체결됐다. 한 달 월세로 중형 승용차 한 대 값을 내는 셈이다.

같은 달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7층(전용 206.89㎡)도 보증금 10억 원에 월세 3000만 원으로 2년 계약을 맺었다. 4월에는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46층이 보증금 5억 원, 월세 3700만 원으로 갱신됐다. 기존 계약(보증금 10억 5000만 원, 월세 2100만 원)보다 월세가 1600만 원 오른 금액이다.

이런 초고가 월세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소득 자영업자와 연예인, 외국계 기업 주재원 등을 주요 수요층으로 꼽았다. 특히 연예인들은 수입이 불규칙하고 해외 활동이 잦아 주택 소유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외국계 기업 주재원들도 회사의 주거비 지원을 받아 고급 아파트에 월세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집을 매입하면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으니, 차라리 월세로 거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고소득자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초고가 월세의 지역 분포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강남·서초구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용산구와 성동구로 확산되는 추세다. 용산구의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은 한강 조망권과 도심 접근성을 갖춰 선호도가 높다. 성동구의 '트리마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갤러리아포레' 등은 서울숲과 인접한 쾌적한 주거 환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한남동 일대와 성수동 고급 아파트들이 새로운 초고가 월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들 지역의 프리미엄 단지를 중심으로 월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 물건이 줄어들면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2만 83건이던 서울의 월세 매물은 이달 1일 1만 9881건으로 감소했다. 공급이 줄면서 가격 상승 압력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이달 129.7로 전달(128.8)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강북 14개구는 126.3에서 127.2로, 강남 11개구는 130.9에서 131.7로 각각 올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초고가 월세는 주거 소유보다 이용을 선호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다"며 "세금 부담을 피하면서도 고급 주거 환경을 누리려는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이런 초고가 월세 확산이 일반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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