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빼고 성적 다 떨어졌다” 은행권 국제화 지표 뒷걸음질

2025-10-10

올 상반기 주요은행 '초국적화지수(TNI)'가 일제히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 중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모두 지수가 떨어졌다. 정부와 여당이 '생산적금융'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은행권은 글로벌 사업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 TNI 지수는 지난해 상반기와 연말 각각 20.67, 20.33에서 올 상반기 20.33으로 하락했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19.67(2024.6/2024.12 동일)에서 19.33으로 내려 앉았다. 하나은행 역시 12.67(2024.6)·13(2024.12)에서 12.67로 떨어졌다. 농협은행은1.67(2024.6)·2(2024.12)에서 1로 주저앉았다.

반면 신한은행은 16.33(2024.6)·16.67(2024.12)에서 17.03으로 상승했다. 올 상반기 신한은행 해외법인 순이익은 약 315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6.4% 가량 증가했다.

TNI는 은행 총자산 중 해외자산 비중, 총수익 중 해외수익 비중, 총인원 중 해외근무자 비중을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8년부터 이를 공식 활용해 국내 은행 국제화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지표가 후퇴한 배경에는 해외수익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하나은행 상반기 해외법인 순이익은 449억원으로 전년 동기(701억 원)보다 36% 줄었다. 캐나다·독일 법인에서 금리 인하 영향으로 이자이익이 감소했고, 러시아 법인은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외화자산 평가손실을 입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해외법인 순익이 325억원에 그치며 전년(944억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이 604억원 손실을 봤다. 2분기 발생한 1000억원대 금융사기 사건 여파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대거 적립한 것이 결정타였다.

KB국민은행은 적자를 이어오던 인도네시아 KB뱅크를 흑자 전환시키는 성과를 냈지만, 전체 해외수익을 끌어올릴 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는 만들지 못했다.

은행권은 최근 가계대출 대신 기업·투자금융 등 생산적 금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외수익 역시 성장 한계가 뚜렷한 내수시장을 벗어날 수 있는 핵심 동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TNI 성장이 정체에 그친만큼 각 은행은 해외 지점 확장과 신시장 개척에 더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폴란드 남부 최대 공업도시 브로츠와프에 지점을 개설하며 유럽 주요 전역에 걸친 영업망을 갖췄다. 앞서 8월에는 미국 서부 LA 지점을 추가로 개설하고 북미 시장 영역 확대 전략에 들어갔다.

우리은행도 4월 폴란드에 지점을 신규 개설한데 이어 8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에 한인은행 최초 지점을 개설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8월 영국 금융당국(FCA, PRA)으로부터 고객 대상 파생상품 영업 VoP(Variation of Permission)를 획득하는 등 영업 강화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유럽 첫 거점인 런던지점을 개시해 해외 영업망 강화에 나섰다. 런던지점을 통해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지역 글로벌 IB사업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유럽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과 아시아와 금융 연결을 모색하는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진출 국가를 넓히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최근 태국 가상은행 사업자에 선정되며 디지털 기반 해외 진출 물꼬를 텄다.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와 제휴 및 시스템 이전 사례도 국내 기술 역량을 무형 자산으로 수출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싱가포르 UOB가 디지털 브랜드 'TMRW'를 동남아시아에 확장한 것도 대표 사례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해외 점포 수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 역량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특히 신흥국 중심 디지털 금융 수요 확대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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