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고려아연 임시주총, 국격 추락시키는 행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임시 주주총회 전날 영풍 지분 10%를 기습적으로 고려아연 해외 손자회사로 넘긴 거래에 대해 국격을 추락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31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평을 배포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꼽힌 지난 23일 임시 주주총회와 그 전날 최윤범 회장 측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를 기습적으로 고려아연 해외 손자회사로 넘긴 거래는 대한민국 국격을 추락시켰다"며 "이번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은 더 이상 이머징마켓도 아닌 프론티어시장 수준의 국가로 취급당할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례를 대기업 중심의 규제에 초점을 맞춰온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다루는 것의 한계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상위 모회사 영풍의 10% 지분 취득이 가능했던 것은 최상위 회사의 극단적 저평가(PBR 0.2배) 및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중복상장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주주충실이 본질이고, 오히려 현행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금지 의무 위배 여부, '상법'상 손자회사가 모회사 지분 취득 시 모회사의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는 '상호주 제한' 대상 여부는 실정법상 테크니컬한 이슈"라면서 "이번 사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속한 상법개정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며, 주총이라는 주주권리의 핵심 제도가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의 의결권을 강탈해 주식회사의 존립을 허무는 행위, 특정주주의 사익 위해 회사의 자산과 회사의 법률행위 능력이라는 법인격을 동원한 것 자체, 그리고 주주들의 가처분 신청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주총 전날로 지분 거래 타이밍을 잡은 것 모두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고려아연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규정 적용을 회피하고자 100% 손자회사인 호주 SMC 명의로 영풍 주식 10%를 전격 취득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지분 거래는 공정거래법을 반하는 행위로 공정거래법 제21조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국내회사가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취득, 소유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임시주총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을 근거로 외국법인에도 상호주 인정한 것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주식회사는 우리나라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되는 것인데, 외국에 설립된 법인인 SMC는 우리나라 법령에 근거한 바 없으므로 상법의 적용여부도 불분명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꼼꼼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LG, 두산, 현대차가 모회사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해외법인 현지 상장을 강행하는 것 같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외국 자회사를 악용한 상호출자를 통해 패밀리의 지배력을 부당하게 확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존 경영진과 이사회가 (참호를 구축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제3자의 지배권 인수시도에 반대하는 행위를 비판했다"며 "이 과정에서 피인수기업 이사회의 선관주의 및 충실의무를 강조, 고려아연 기존 및 신임 이사들도 특정주주의 사익을 위하기보다는 선관주의에 입각해 모든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판단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