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치적 텃밭인 영남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당 차원의 산불재난대응특위를 긴급 운영하는 등 민생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외 투쟁을 이어가는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하고, 지도부 차원에서 연일 강조하는 '국정 안정' '책임 여당'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26일 산불사태 지원을 위한 '산불재난대응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구별 재난 상황을 챙기기 위해 헌법재판소 앞 릴레이 시위도 잠정 중단했다.
특위는 화재 진압, 피해 주민 지원 및 현장 복구 활동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위원장은 당 재난안전특별위원장인 3선 이만희 의원이 맡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산불 피해가 확산하자 민주당에 '국가재난극복 여야정 협의'도 긴급 제안했다. 그는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재난은 이념을 묻지 않고 색깔을 가리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앞에서 정치적 대립이 있을 수 없다”며 “민주당에 정쟁 중단을 호소하며 피해복구·재발방지를 위해 국가재난극복 여야정 협의를 제안한다”고 했다.
당이 산불대응 비상체제에 돌입하면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각하' 촉구 릴레이 기자회견을 이어오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회견을 즉각 중단했다.
이날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고법 현장과 광화문 천막당사에 가서 장외집회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민생 행보로 투쟁 총력전에 나서는 민주당과의 대조를 극대화해, '책임감 있는 여당' 이미지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15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도 여당 지도부만 참석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경우 이날 오후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찾아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젊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초과학 발전과 이공계 재도약을 위한 정책 방향 모색에 나섰다.
또 오는 30일에는 정부와 여당이 고위당정협의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산불 확산 사태,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 등과 관련해 재난·안전 사고 관련 피해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서둘러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리는 배경을 놓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정부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측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를 우리가 보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냐”며 “집권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생 현장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조급한 민주당은 법정 앞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