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진입한 韓 조선업
韓·美 조선업 협력 ‘마스가 프로젝트’
가동 땐 美 함정 국내서 건조 새 역사
HD현대·한화오션 등 경쟁적으로 참여
장기적으로 ‘원팀’ ‘컨소시엄’ 가능성
LNG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급부상
조선사들 관련 신기술 확보 안간힘
방산 넘어 고부가가치 시장 눈돌려
中업체 맹추격 맞서 사업 비중 재편
“세계적 수준인 한국의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된 지 하루 만인 11월7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조선 협력을 먼저 제안했다. 역사적으로 세계를 제패한 나라는 그만큼의 해군력을 지녔지만, 조선업이 쇠퇴한 미국은 어느새 전함 개수로는 중국에 밀리는 처지가 됐다.

미국의 조선업 복원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동맹국은 현재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선점한 한국으로,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는 한국 조선업체에도 우방국 함정 시장을 여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미국 내 법 개정을 거쳐 마스가가 본격 가동되면 울산·거제 등 한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의 핵추진잠수함(핵잠) 등이 건조되는 역사적 장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투톱인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가운데 이들 기업은 방산(특수선) 외에도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美 함정 시장 문 열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마스가 프로젝트에 따라 건조되는 미국 함정은 한국에서 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핵잠 건조 장소로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를 언급했지만,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선 “한국 내에서의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해군 함정의 외국 내 건조를 금지한 ‘반스·톨레프슨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 해군 함정과 상업용 선박을 늘리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장소를 확정한 건 아니지만 산업 구조상 한국에서 미 함정을 건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관 산업과 인프라가 쇠락한 미국 내에서 건조하려면 7년 이상 걸리지만 국내에선 3년이면 된다. 미국에서 하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빛을 못 본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HD현대와 한화오션이 경쟁적으로 나선 가운데 결국 국내 기업들의 ‘원팀’, ‘컨소시엄’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한 개 회사에 전부 맡기는 것보다 안정성 측면에서 컨소시엄 형태를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미·일 조선 협력도 가동되고 있지만 한국·중국에 밀린 일본 조선사들보다 한국 기업들이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소인 헌팅턴잉걸스와 손잡고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에 도전하기로 했고, 인공지능(AI) 방산기업인 안두릴과는 무인 함정 건조를 위해 미국 내 조선소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영국 군사 전문지 제인스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글로벌 함정 신규 계약 시장 규모는 2100여척, 3600억달러(약 51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방산은 제약적… 新기술 확보에 사활
미국의 필요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미 방산 시장에 초대된 셈인데, 국내 조선사들은 이를 기회로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종 관련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 안보·외교와 맞물린 방산 시장은 민간의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열린 시장에 대비해 투자를 확대하고는 있으나 내부적으론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함정은 각국의 국방 정책과 맞물려 있어 시장 논리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민간 시장과 달리 수요도 들쭉날쭉하다”며 “각국 국방 예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안정성이 큰 시장에서 사업 비중을 너무 높일 순 없다”고 말했다.
HD현대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미래 신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업체의 맹추격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술력 확보가 최우선이란 절박함에서다. 이들 3사가 보유한 특허건수는 2만건이 넘는다. 그러나 올해 3사 매출의 50%를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경우 핵심 기술인 LNG 저장탱크(화물창) 독점 특허가 프랑스 엔지니어링 기업인 GTT에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을 인도할 때마다 GTT에 선가의 5%를 지불해 GTT는 앉은 자리에서 건당 100억∼200억원을 벌어들이는 구조다.
그러나 LNG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된 유럽 각국이 배로 LNG를 실어나르면서 수요가 급증했던 것인 만큼 성장성의 한계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사회의 친환경 규제 강화에 맞춰 앞으로는 LNG ‘운반선’이 아니라 LNG ‘추진선’, 암모니아 ‘추진선’과 같은 친환경 연료로 움직이는 선박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수소 생태계 구축을 미래 대안으로 제시한 국가·기업이 늘고 있어 액화수소 ‘운반선’을 포함한 수소 기반 선박도 미래 선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액화수소 저장이 고난도 기술인 데다 아직은 운송 위험이 큰 만큼 수요 초기 단계에 있으나 한국 기업들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컨테이너선,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도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이미 한국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20, 30년 뒤에도 위상을 유지하려면 기술 개발만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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