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가스트로노미 투어리즘의 대명사, 레보(L’évo)

2025-01-25

‘레보(L’évo)’는 전기, 가스, 수도조차 닿지 않는 산속 깊은 자연에서 이상향을 발견한 오너 셰프 ‘다니구치 에이지(谷口英司)’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완성한 궁극의 오베르주(숙박 가능한 레스토랑)다. 도야마역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중간에는 험한 산길을 지나야 한다. 이렇게 험난하고 먼 곳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레보에서의 식사를 즐기기 위해서다.

주변에 이곳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지만, 레보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인생의 소중한 하루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카스트로노미 투어리즘의 대명사로 불리는 레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정부의 가스트로노미 투어리즘에 대한 지원

‘가스트로노미’는 원래 프랑스어로 ‘미식학’ 또는 ‘미식 예술’을 의미하며, 음식과 문화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적 접근을 뜻한다. 지역의 자연환경과 풍토가 빚어낸 식재료, 전통, 그리고 문화적 이야기가 담긴 음식을 통해 그곳만의 독특한 식문화를 경험하는 여행은 ‘가스트로노미 투어리즘’이라고 부르며, 최근 일본에서는 이를 즐기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가스트로노미 투어리즘이 이처럼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미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로 손꼽히고, 지역마다 독특하고 다양한 미식 전통을 자랑하며 가스트로노미 투어리즘의 시장 규모가 100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일본 정부는 각 지역의 다양한 음식 문화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가스트로노미 투어리즘을 핵심 내용으로 담은 ‘제4차 관광입국 추진 기본계획(2023년 3월)’을 수립했다.

일본 정부가 가스트로노미 투어리즘에 보조금을 지급하게 된 이유는 첫째,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외식업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 자원을 제공하는 1차산업과 가공 및 제조를 담당하는 2차산업까지 지역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둘째,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수요가 높은 ‘일본의 음식’을 매력적인 가스트로노미 투어리즘 콘텐츠로 개발,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지방으로의 관광 유치를 촉진하고자 한다. 실제로 관광청은 이 보조금을 지방자치단체, 관광 지역 개발 법인(DMO), 민간 사업자 등이 지역 밀착형 가스트로노미 투어리즘을 체험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의 정비·개조, 장비·비품 구매, 콘텐츠 개발, 판로 개척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개구리, 곰, 멧돼지, 사슴, 산나물, 버섯, 그리고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다양한 맛을 가진 들풀까지. 일본 산골 깊은 곳의 풍부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레보와 같은 레스토랑이 주목을 받고 있다.

레보의 탄생

그렇다면 레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다니구치 셰프는 고베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후, 도야마에 위치한 리버 리트리트 가라쿠(リバーリトリート雅樂倶)로 자리를 옮긴 후 야마의 매력에 매료돼 도가무라(利賀村)에 오베르주 스타일의 레스토랑, 레보를 열게 됐다. 하지만 단순히 지역의 매력에 이끌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니구치 셰프에 따르면, 레보 탄생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지나치게 휩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가무라 같은 지역에서는 수십 년이 지나도 유행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프랑스 요리는 트렌드에 민감해서, 새로운 유행이 생기면 그 흐름을 따라가거나 휩쓸리기 쉬운 면이 있다. 그러나 다니구치 셰프는 특정 장소에서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도가무라에서 탐구하며, 시대의 흐름에 좌우되지 않고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동시에 그 지역을 더욱 깊이 파고드는 형태로 요리를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한다.

두 번째 이유는, 일본의 지방에서도 유럽의 오베르주처럼 특별한 시설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니구치 셰프는 도가무라라는 독특한 환경을 배경으로, 단순히 식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숙박과 지역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프랑스 요리의 본질과 지역의 매력을 융합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 위해서라고 전한다.

레보 요리

다니구치 셰프의 요리 세계는 첫 시작부터 특별함을 선사한다. 저녁 코스는 달콤하고 독특한 풍미를 지닌 ‘수액 테이스팅’으로 시작된다. 마치 자연과의 대화처럼, 첫 맛을 통해 도가무라의 풍경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아뮤즈는 도야마 현의 특산물인 ’흰새우 요리’다. 바삭하게 구운 김 반죽 과자 위에 흰새우를 올리고 장작불에서 가볍게 훈연해 특유의 풍미를 살린 요리는 첫 맛부터 입맛을 돋운다.

프랑스 요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닭의 간 무스와 붉은 비트 머랭은 상큼한 머랭과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무스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부드러운 질감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요리다. 이어서 나오는 감태와 감자의 크로켓은 바다의 풍미를 가득 담은 감태와 부드러운 감자의 단맛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크로켓 위에는 식용 꽃인 나스타체움(꽃말로 ‘금련화’라 불리며 살짝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이 올려져 있어 맛과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다음은 산양 치즈와 술지게미를 활용한 구제르(치즈 슈크림)다. 바삭하면서도 폭신한 슈 반죽에 냄새 없는 산양 치즈를 사용해,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을 제공하며, 디저트를 연상시키는 중독적인 매력을 지닌 요리다.

특이한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로는 도돈코 튀김이 있다. 도돈코는 ‘에조아이나메’로 알려진 물고기(하치과에 속하는 어류로 일본 북부 지역에서 잡히는 생선)로, 도돈코 튀김은 흰살 생선의 고소하고 깊은 풍미를 맛볼 수 있는 요리다. 이어지는 하모 젤리는 하모 육수를 젤리 형태로 만든 요리로, 성게, 진수(잎자루에 수분이 맺힌 식물), 산나물, 감자 페이스트, 매실, 시소(차조기) 오일과 함께 먹으면 입안에서 싱그러움과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아유(은어) 콩피다. 은어에 간 페이스트를 듬뿍 채워 넣고, 흰 옥수수로 만든 팬케이크와 함께 제공되며, 입안에서 퍼지는 풍미와 섬세한 맛의 조화가 압도적이다. 육류 요리로는 달의 고마곰 고기가 있다. 2주간 숙성된 곰 뒷다리 고기는 부드러운 질감과 와일드한 맛이 특징이다. 또 다른 요리인 적오징어는 오징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농후한 단맛이 돋보이며, 화이트 와인 베이스 소스가 상쾌한 마무리를 더한다. 다음으로는 아스파라거스 소테가 제공된다.

아스파라거스에 곰 기름과 달걀 노른자로 만든 진한 소스를 더해 풍미를 배가시키며, 여기에 포함된 깜짝 재료인 노도구로(참농어류)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준다. 레보의 대표 요리 중 하나인 소면은 알덴테로 삶아낸 면에 검은 산양 치즈와 후키노토(봄철 산나물) 오일을 섞어 깊은 풍미를 자랑하며, ‘인생 최고의 소면’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또 다른 대표 요리인 레보 닭은 1년 반의 연구 끝에 완성된 특별한 요리다. 닭고기 속에 곰 내장을 섞은 밥이 채워져 있으며, 겨자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진하고 강렬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마무리로 제공되는 디저트는 유우카 멜론이다. 달콤한 멜론 위에 두카콩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탄산 형태로 얹어, 다양한 맛과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디저트인 크로모지 캐러멜 부르살레는 크로모지(상쾌한 향이 나는 나무) 가루가 들어간 캐러멜로, 시트러스 향과 캐러멜의 깊은 단맛이 어우러진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검은 상자에는 프랄리네 타르트, 에고마 휘낭시에, 뽕잎 슈 아이스, 무화과 타르트, 밀크와 프람보와즈 캐러멜이 담겨 있다. 이 모든 요리는 다니구치 셰프가 도가무라의 자연과 재료를 정교하게 활용해 완성한 궁극의 미식 경험이다. 레보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도가무라의 자연과 철학, 그리고 요리의 예술적 경지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레보의 호텔

레보에서의 저녁 식사를 만끽한 후에는 호텔로 이동해 특별한 숙박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레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콘셉트로 내세운다. 다니구치 셰프는 우리의 일상이 항상 소음과 분주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가무라에 위치한 레보에서는 산속을 가로지르는 바람, 나무를 흔드는 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 같은 자연의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다니구치 셰프의 요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행복이다. 셰프는 손님들이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1박 2일 동안 진정한 휴식을 만끽하길 권장한다.

레보의 숙박 시설은 하루에 단 3팀만 이용할 수 있는 코티지가 있다. 프런트가 있는 레스토랑 동에 들어서면, 창문을 통해 보이는 나무와 계곡, 하늘의 풍경이 그림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그 풍경은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에 도착한 순간의 성취감과 설렘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레스토랑으로 이어지는 문은 식사 시간이 시작되기 전까지 절대 열리지 않으며, 그 안에서 기다릴 특별한 경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운다.

숙박을 제공하는 3개의 코티지는 이전에 이곳에 있었던 전통 가옥의 창틀을 재사용하는 등, 이 지역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오래된 창틀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은 일반 창문과는 또 다른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숙박을 계획 중이라면 꼭 사우나를 이용해 보자. 사랑스러운 굴뚝 지붕이 있는 건물 안에 마련된 핀란드식 사우나는 장작 난로를 중심으로 그룹 단위로 즐길 수 있도록 예약제로 운영된다. 객실에는 텔레비전이 없지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큰 창문이 있어 자연이 그 자체로 최고의 오락을 제공한다.

푹 잠든 뒤 맞이하는 다음 날 아침에는 주변을 산책하는 것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왜냐하면 운이 좋은 때는 야생 동물을 만날 기회가 있고, 뿐만 아니라 산책으로 몸이 깨어난 후라면 숙박객 전용 레보의 아침 식사를 더욱더 맛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레보의 아침 식사 역시 지역 식재료와 도가무라의 전통 요리 지혜를 가득 담은 다니구치 셰프의 특별 메뉴로, 따뜻하고 정겨운 엄마의 손맛을 느끼게 해 준다.

도야마현 난토 지역에는 ‘도토쿠(土徳)’라는 단어가 있다. 레보의 운영 회사인 ‘Dotok’는 바로 이 도토쿠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는 땅에서 풍기는 공기가 지역의 풍토가 돼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사람을 키운다는 의미다. 레보에서 즐기는 요리와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가득 찬 특별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사진 출처_ https://levo.toyama.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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