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수렁' 한전 부채 205조원

2025-03-08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총부채는 2조7천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전년보다 2조7천310억원 증가한 205조1천810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5조원은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 시가총액(41조1천억원)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2021∼2023년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본 한전은 작년 8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를 돌아섰다. 그런데도 부채가 늘어난 것은 이미 막대한 규모로 불어난 빚의 영향이 컸다.

한전은 2023년 4조4천500억원을 이자로 지급했으며 작년 한 해도 5조원가량의 이자를 부담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작년 신한울 원전 2호기 준공과 관련해 원전 사후 처리복구 항목으로 충당 부채가 2조원가량 새로 반영된 것도 한전 빚을 늘리는 데 영향을 줬다.

한전의 심각한 재무 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2021∼2023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원가 밑으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본격화했다.

한전은 2021∼2023년에만 43조원대의 누적 영업 적자를 냈다.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로 일부 축소됐지만 2021년 이후 누적 영업 적자는 여전히 34조7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네이버 시가총액(33조7천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시기 받은 충격으로 2020년 130조원대 수준이던 한전의 총부채는 작년까지 70조원 이상 급증했다.

특히 자회사들을 제외하고 모기업인 한전만 놓고 보면, 전력 판매로 번 돈 대부분을 이자 지급에 쓰는 상황이다.

별도 기준으로 한전은 작년 3조1천74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자 등 영업 외 비용이 나가면서 순이익은 8천359억원에 그쳤다.

한전은 대규모 부채를 줄이지 못해 만기가 도래하면 대부분 '돌려막기'를 하며 버티고 있다.

205조원에 달하는 총부채 중 132조5천억원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된 차입금이다. 이 중 올해와 내년에만 각각 35조4천억원, 26조1천억원의 상환이 예정되어 있다.

이런 한전의 열악한 재무 상황은 국가 전력 인프라의 핵심인 송배전망 구축 등 투자 집행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한전의 투자비 집행 실적은 송배전망 건설비 5조4천억원을 포함, 총 16조8천억원으로 계획 대비 집행률이 91%에 그쳤다.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상으로 2036년 우리나라의 총 송전선로 길이는 2021년의 약 1.64 배로 늘려야하는데, 여기에는 약 56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한전이 작년에만 이자로 5조원가량을 썼다는 것은 일반 기업이라면 존속이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이 문제에 관한 인식이 무뎌진 것 같다. 안정적 전기 공급을 위해 한전이 제 역할을 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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