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조짐에…K-건설, 원전 르네상스 '일장춘몽' 되나

2025-10-06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본격화…美·EU 대대적 확대

정부 기조는 '모호'…조직개편으로 수출 불확실성↑

정권 따라 흔들린 10년…탈원전-친원전 '롤러코스터'

[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의 해외 원전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원자력 확대 기조가 확산되며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친원전과 탈원전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의 수출 전략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 97GW에서 400GW로 약 4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유럽연합(EU) 역시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국내 건설사와 원전 관련 기업들도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원자력·조선·LNG·핵심광물 등 분야에서 11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이 중 원전 관련 협약만 4건에 달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정책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되 재생에너지를 섞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원전 확대보다는 균형론에 무게가 실린 셈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원전 산업은 정권 변화에 따라 '탈원전'과 '친원전'을 오가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여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와 신규 원전 백지화 등 탈원전 정책이 추진됐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원전 정상화와 수출 산업화 기조로 전환됐다.

그동안 원전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 찍어온 건설업계에서의 위기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정책 기조가 재차 탈원전으로 기울면 어렵게 회복한 생태계가 또다시 붕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전 사업을 통한 실적 개선 기대가 컸는데, 현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수익성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국제 수주전 비효율 우려 ↑

최근 정부가 단행한 조직개편은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전반을 총괄하게 되지만, 원전 수출 기능은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에 남기면서 이원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장을 맡게 될 김성환 장관이 과거 탈원전을 적극 주장해온 인사라는 점에서 업계의 경계심이 높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을 주도했던 인사에게 원전 업무를 맡기는 것은 '탈원전 시즌2'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 수출을 위한 국제 수주전에서도 비효율이 예상된다. 원전 관련 기관과 기업들이 산업부·기후부 등 여러 부처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의사결정 지연과 행정 혼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모호한 기조가 이어질수록 기업의 투자와 수출 전략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라면 국내 기업의 해외 원전 수출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단체와 노동계도 반발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은 원자력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생태계를 훼손하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 역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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