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사과 재배 적합지가 2090년에는 완전히 소멸하고 배·복숭아·포도도 2050년 이후 재배 가능지가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민들이 장기간 투자해온 과수·채소 작물의 재배 기반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농업 공동체 자체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이 6일 농촌진흥청의 기후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SSP5’에서 이 같은 예상이 나왔다.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s)란 2020년 발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다. SSP1은 화석 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가정한 반면, SSP5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어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했다.




SSP5에 따르면 여름배추는 2040년까지 3692㏊에서 256㏊로 재배 가능 면적이 93%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고추는 2060년 이후 남한 전역에서 재배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팜 보급 △내재해 품종 개발 △시설 현대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개별 정책에 불과하며 재배지 이동에 따른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권역별 작목 전환 전략은 부재하다는 게 조 의원의 지적이다.
기존에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마저도 스마트팜 보급률은 채소·화훼 온실 기준 7.9%(2024년) 수준에 불과했다. 노지 스마트농업은 2024년 공정률 34.8%로 목표(47%)에 미달했다.
조 의원은 “특정 지역에서 주요 작목이 사실상 소멸 위기에 처하는데도 농민들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작물을 선택하고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로드맵이 없다”고 비판했다.
재배지 이동은 단순한 작물 변경이 아니라 토양과 기후, 재배 기술, 유통망 전체를 바꾸는 대규모 전환을 의미하는데 정부의 현행 지원은 주로 시설 보수와 재해 보험 수준에 그치고 있어 농민들의 전환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해 지원마저도 여름철 집중호우 등 매년 피해면적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지만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2024년 기준 54.4%로 농가 절반가량이 사각지대에 있다.
조 의원은 “장기적 품목 전환이나 권역별 전략작목 육성을 위한 재정적 지원·보험제도·유통망 조정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남부 지역은 주력 작목을 잃고 일부 북부 지역만 재배지가 확대되는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 차원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