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자율적 확대로 입장 선회
"재활용보다 재사용에 초점 맞춰 일회용 컵 억제해야"
[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일회용 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목표인 재활용보다 일회용 컵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재사용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 환경부, 올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자율적 확대 방침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해 발표한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적용 지역과 상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과정에서 현장 수용성, 지역사회 의지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여건에 맞는 대상·기준·방식을 적용하고, 중심 상권과 대형 시설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의무화하는 기존 방침에서 지자체 자율에 맡긴 것이다. 현재는 세종시와 제주도에만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되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란 소비자가 커피나 음료 등을 일회용 컵에 담아 살 때 보증금을 지불하고, 이 컵을 반납할 때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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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전국에 획일적으로 확대하기보다 점진적 이행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소비자와 업주가 짊어져야 할 부담에 비해 재활용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환경부가 공개한 '일회용 컵 월간 반환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전체 반환율은 54.8%로, 전년(57.7%) 대비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에 따른 소비자 불편도 가중됐다. 환경부가 파악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 개선방향 논의자료'에는 소비자가 앱을 설치하고 반환처에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지적되기도 했다.
또 사업주로서는 인건비가 늘어나고, 컵을 보관해야 하는 별도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일회용 컵 재활용 가치는 개당 4.4~5.2원으로 낮은 편이나, 회수·재활용을 위해 매장이 부담해야 할 컵 처리 비용은 개당 43~70원이다. 정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시 매장당 연평균 200만원 이상 부담된다고 예상했다. 특히 농어촌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까지 일괄 확대한다면 사회적 비용이 클 것으로 봤다.
◆ 전문가들 "정책 우선순위 '일회용'에서 '다회용'으로 전환해야"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정책 우선순위를 '일회용'에서 '다회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를 확대하기보다 텀블러와 다회용 컵 등의 사용을 늘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텀블러 할인 의무화, 다회용 컵 보증금제와 같은 여러 정책을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병행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장 교수는 "일회용 컵 정책에 있어서 가장 최우선은 일회용 컵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대신 재사용 컵을 사용하고, 어디서든 반환할 수 있게 하고, 텀블러 할인을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장 교수는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병행하며 매장마다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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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다회용 컵 보증금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연구위원은 "일회용 컵을 퇴출하고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지원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시행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지만, 다회용 컵 보증금제는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다회용 컵을 보급하기 위한 지원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전국에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판단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una74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