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 토라노몬 중심 비즈니스 지구에 자리한 니초메타워. 이 고층 빌딩 한 층을 차지한 도쿄 GBC(Global Business Center)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한국 스타트업과 현지 기업의 미팅에 분주하다. 회의실과 오픈 데스크 곳곳에는 펼쳐져 있는 제품 데모 화면과 각종 서류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두 번째 창업”이라고 표현하는 현장의 분위기다.
도쿄 GBC는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제대로 구축된 전초기지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해내는지 피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정하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도쿄GBC 센터장은 일본 진출 초기 한국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으로 사무 공간 확보와 현지 은행 법인 계좌 개설을 꼽는다. 정 센터장은 “일본에서 주소는 곧 신뢰의 출발점”이라며 “명함에 '토라노몬 니초메타워' 주소가 찍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본 기업은 안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은 임대인이 임차인을 꼼꼼히 심사하기 때문에 자본금이 충분해도 원하는 위치의 사무실에 쉽게 입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은행 계좌 개설의 장벽은 그보다 더 높다. 일본 기업들은 계약 과정에서 보증서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일본계 계좌가 없으면 비즈니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정 센터장은 “20년 넘게 일본계 은행 계좌 개설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생성형 AI 기업 '뤼튼테크놀로지'가 일본에서 주목받은 것을 계기로 일본 3대 은행들과 연결점이 생겼고, 올해 들어 법인 계좌 개설이 용이해졌다”고 소개했다.
현지화 수준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지사가 아니라 재창업”이라며 “단순 번역이 아니라 카탈로그 구성, 표현 방식, 서비스 설명 방식까지 모두 다시 만들어야 하고, 계약 전에 반드시 PoC(실증 실험)를 통해 제품 성능과 신뢰를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 역시 '재창업'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AI 기반 광고 이미지·영상 자동 생성 솔루션 기업 '파이온코퍼레이션'의 정범진 대표는 “센터의 지원으로 현지 은행 계좌를 확보하자 라쿠텐·큐텐·미쓰비시자동차 등과의 계약에도 속도가 붙었다”며 “일본 진출은 단순 확장이 아니라 재창업 수준으로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팬덤플랫폼 '비마이프렌즈'의 김보혜 부사장은 일본 팬덤 시장의 규모와 성숙도를 강조하며 “한국에서 검증된 성과도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일본 아티스트 중심으로 35개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메이저 엔터테인먼트사 5곳과 계약하는 등 고성장하고 있다.
팹리스 스타트업 '유니컨'의 도진종 이사는 “일본 시장은 장벽이 높지만 한 번 성사되면 최고의 레퍼런스가 된다”고 강조했다. 유니컨은 최근 18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하고 내년 일본 법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나노 분산 장비 제조기업 '퍼스트랩', 의료기기 인허가 컨설팅 기업 '엠디렉스' 등은 비자·주거·가족 체류자격 문제, 오프라인 중심 행정 절차, 전문 인력 채용의 어려움 등을 애로사항으로 말했다.
도쿄 GBC는 단순 공간 제공을 넘어 '법인 설립·주소·계좌 확보 → PoC 사업화 → 투자·채용·홍보 스케일업'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입주기업 수출 실적은 2021년 584만9000달러에서 2025년 9월 기준 3021만3000달러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정 센터장은 “일본은 기술 뿐 아니라 신뢰로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라며 “도쿄 GBC는 한국 스타트업의 두 번째 창업 현장으로, 현지화, 언론 홍보 등 다양한 지원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일본)=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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