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의 비극을 보면서 자연의 재난이 얼마나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이토록 큰 충격과 상처를 입은 개인과 사회는 과연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역사는 우리에게 뜻밖의 영감을 가져다 준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도시 전체가 뒤덮이기 17년 전인 서기 62년 이탈리아 남부 폼페이를 강타한 대지진이 있었다. 학계에서는 정확한 날짜를 두고 논쟁이 있지만,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공포와 혼란은 고고학적 기록으로 생생히 남아 있다. 폼페이의 금융기업가 루키우스 카이킬리우스 유쿤두스의 집 안에 있던 가정 신단(lararium)의 부조(사진)는 도시가 흔들리고 신전과 조각상이 무너지는 생생한 장면을 담고 있다. 또한 그의 집에서 발견된 왁스 태블릿(납판)의 상세한 금융 기록은 지진이 일어난 시점을 전후해 갑자기 끊겨 있다. 지진으로 그의 사업이 마비되었거나, 그가 지진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저서 『자연 탐구』에서 당시 사건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공포와 혼란 속에서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생생히 그린다. 그리고 오늘날의 인지행동치료(CBT)와 유사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법을 제안한다. 그는 지진을 초자연적 재앙이 아닌 자연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외쳤다. 합리적인 사고와 철학적 성찰을 통해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도록 사람들을 격려했다. 유쿤두스의 가정 신단은 시각적 반복과 제의적 행동을 통해 회복을 도모하는 치유의 장소였던 것이다.
미얀마의 고통과 비극을 바라보며 세네카의 교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회복력은 이성과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을 때 가장 빛난다. 폼페이는 결국 79년 화산재에 묻혔지만, 그 회복의 흔적은 여전히 우리에게 교훈을 남긴다. 우리 역사도 같은 교훈을 남기고 있지 아니한가!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