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주담대 '연말 로또' 재현···인터넷은행 울지도 웃지도 못한다

2025-11-24

연말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이상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주담대를 잇달아 중단하면서 비대면 채널로만 주담대를 취급하는 인터넷은행에 대출 수요가 집중되는 '오픈런'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나타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연말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대면 주담대 취급을 대폭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셧다운'에 들어갔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대면 창구에서는 24일부터, 비대면 채널에서는 22일부터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한다. 하나은행은 25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대면 접수를 잠정 중단한다.

주담대 수요는 자연스럽게 비대면으로만 대출이 가능한 인터넷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주담대를 취급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는 대출 신청이 몰리면서 일일 한도가 조기에 소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지만 올해는 그 강도가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들 은행 주담대는 매일 오전 개시 이후 한 시간 안에 일일한도를 소진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정된 물량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주담대가 마치 로또나 프리미엄 상품처럼 변질되고 있다”고 말했다.

막상 대출 고객이 몰렸지만 인터넷은행들은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총량 규제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의무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는데다, 트래픽 폭주로 시스템 부담만 커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받는다. 여기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는 규제까지 이중부담을 져야한다. 현행 규제 안에서 인터넷은행 주담대 성장은 이미 정체 수준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트래픽 집중으로 리스크만 커지는 상황이다. 대출 신청이 몰리면서 인터넷은행 앱과 웹사이트에 접속자가 급증하고, 이는 다른 금융 서비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대출 성장세는 제한적인데 부담만 커지는 상황인 것이다.

금융 접근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채널 편의성이 오히려 물량 부족으로 인한 경쟁 심화로 이어지면서, 정작 필요한 고객들이 대출받기 어려워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담보 대출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반복되는 인터넷은행 주담대 오픈런은 금융 접근성 개선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인터넷은행이 담보 대출을 기반으로 중저신용자에게 더 많은 금융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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