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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도시화, 스트레스 증가, 만성질환 확산이 심화되면서 자연을 활용한 치유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치유산업은 단순한 건강 증진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의 핵심 요소다. 우리나라에서도 치유농업, 산림치유, 해양치유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부처 간 협력 부족으로 인해 중복 투자와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전북특별자치도는 농업, 산림, 해양을 융합한 치유산업 모델을 개발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자연자원을 활용한 치유산업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의 쿠어오르트(Kurort) 모델이다. 쿠어오르트는 광천수, 산림, 해양, 기후 등 자연환경을 활용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의료·재활 서비스와 웰니스 관광을 결합한 성공적인 치유산업 모델로 평가받는다. 특히, 독일 바이에른주의 바트 키싱겐(Bad Kissingen) 지역에서는 온천수와 숲을 활용해 심혈관 질환 및 면역력 강화를 위한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온천과 음용요법을 통한 소화기 건강 개선, 기후요법을 활용한 호흡기 건강 증진, 삼림욕과 명상을 통한 정신적 안정 유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농업, 산림, 해양을 모두 보유한 지역으로, 독일 쿠어오르트 사례를 참고하여 융합형 치유산업을 추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 전북은 친환경 농업과 유기농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완주·고창의 친환경 농산물, 진안·장수의 산양삼과 약용식물을 활용해 치유농업과 웰니스 관광이 가능하다. 방문객이 직접 농산물을 수확하고 원예치료, 동물매개치료를 체험하며, 한방과 연계한 건강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다.
둘째, 산림치유 자원이 풍부하다. 덕유산, 내장산 마이산 등의 국립·도립공원과 남원, 무주, 진안의 편백숲은 피톤치드가 풍부하여 심신 안정과 면역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숲속 명상, 요가, 삼림욕과 같은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명상센터와 치유 트레일을 조성하면 더욱 효과적인 산림치유가 가능하다.
셋째, 해양치유 환경도 뛰어나다. 고창·부안의 갯벌은 갯벌 테라피, 머드팩 등과 같은 치유프로그램 운영에 적합하다. 변산반도의 해양 온천과 해수 테라피는 해양치유 관광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전북은 이러한 자원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융합형 치유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진안은 고지대 기후와 한방치유, 무주는 산림치유와 명상센터, 부안은 해양치유와 온천을 연계해 특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북 웰니스 치유지구’ 브랜드를 개발하면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다.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통합적인 치유산업 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 주도로 관련 기관, 기업, 지역 공동체가 협력하여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숙박·음식·체험 콘텐츠와 연계한 패키지상품을 운영하면 전북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치유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융합형 치유산업은 단순한 관광산업이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감소 문제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치유산업이 성장하면 관련 일자리도 증가한다. 농업·임업·어업과 연계한 치유 관광업이 발전하면 주민들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청년층의 귀농·귀촌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융합형 치유산업은 농촌의 고령화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강프로그램과 치유 공간을 제공하면, 노인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제 전북은 대한민국 치유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준비를 해야 한다. 융합형 치유산업은 단순한 힐링을 넘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드는 해답이 될 것이다. 자연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지역의 강점을 결합한 맞춤형 치유산업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전북특별자치도가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할 때다.
조원지 전북연구원 생명경제정책실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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