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 처남 빈집 털었다…병원에 날아온 '7500만원 독촉장'

2025-10-08

추천!더중플- 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사건사고의 이면에는 뉴스 한 줄 만으론 알 수 없는 다층적인 삶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오늘의 추천!더중플은 '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89)입니다. 박원식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과장은 33년 경력의 경찰관입니다.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고 범죄학을 전공한 그는 사건을 집요하게 들이파기도 하지만, 그 속의 사람들의 마음까지 읽는 경찰입니다. 그가 맡았던 굵직한, 마음에 파문을 남긴 사건들을 회고하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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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찬바람을 녹이듯 따스한 햇살이 내리던 늦은 오후, 강력팀 사무실 문을 한 여성이 조심스레 열고 들어왔다. 사십대쯤 되어 보이는 그녀의 발걸음은 망설임이 가득했다. 경찰서라는 공간은 수많은 얼굴과 이야기가 스쳐 지나가는 곳이지만, 그날의 방문자는 유난히 특별했다.

잠을 이루지 못한 듯 초췌한 얼굴, 눈가에 드리운 깊은 그늘, 떨리는 목소리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오랜 세월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몇 차례 숨을 고르며 망설이던 그녀는 마침내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고소장에는 단출하게 “처남의 신용카드를 훔쳐 도박에 사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 짧은 문장 속에는 피해 가족이 느낀 충격과 상실, 그리고 무너져내리는 인간관계의 아픈 균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서늘해졌다. 가까운 가족 간의 배신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법이다.

고소인은 피해자의 아내였다. 남편 김민수(가명, 44세)씨는 지난해 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졌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 병상에 눕는 순간, 집안은 바람을 잃은 돛단배처럼 한순간에 표류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병실을 지키며 버텨내는 고단한 일상. 이 가정은 이미 벼랑 끝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친척들의 위로와 도움이 절실했을 그 시간. 정찬수(가명, 45세)는 가족들이 병원에서 간호에 매달려 있는 사이, 빈집의 적막을 틈타 몰래 들어갔다.

그는 처남의 지갑을 훔쳐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신용카드를 무려 여섯 장이나 발급받았다. 이후 그 카드를 이용해 현금서비스를 받고, 귀금속과 상품권 등을 구입한 뒤 되팔아 현금으로 바꾸었다. 그 돈은 모조리 도박판으로 흘러들어갔고, 수천만원이라는 거액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렸다.

가족들은 병원에 누워 있는 민수씨를 돌보느라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한참 뒤 카드사에서 독촉장이 날아왔을 때, 처음엔 단순한 오류라 여겼다. 그러나 곧 드러난 진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있던 잔혹한 배신이었다.

우리는 민수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민수씨가 누워 있는 병실은 차갑게 울리는 기계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뇌출혈로 쓰러진 그는 해를 넘기도록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고, 작은 호흡 하나조차 기계에 의지해야 했다. 침상 곁에는 민수씨의 아내가 앉아 있었다. 남편의 손을 꼭 붙잡고, 희미하게 깜빡이는 눈동자에 온 생을 걸 듯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당신, 우리 애들 커가는 거 꼭 봐야 돼. 제발 버텨… 나 혼자 감당할 수 없어.

그 말은 기도가 아니라 절규에 가까웠다. 옆에 있던 노모는 아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마른 눈물을 손수건에 묻히고 있었다.

※ 이 글은 필자의 실제 경험을 기록한 개인적 의견일 뿐 경찰의 공식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유지를 위해 일부 각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범죄심리 전문 형사의 도박 범죄에 대한 통렬한 분석이 담긴 전문은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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