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30만종, 일본 1000종 상비약 편의점서 파는데
한국은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 11종만
한밤 중 화상연고·지사제 수요 많지만, 7년째 심의위도 안열려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한번도 확대된 적 없는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안전상비약) 품목에 대한 논의가 새 정부에서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밤 중 해열제·감기약 등을 급하게 찾는 수요는 높아지고 있는데도 안전상비약 품목확대 논의 자체가 지난 7년 동안 멈춰있었다. 선거기간 동안 편의점 점주 등과 선거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안전상비약 관련 이슈가 거론되며 업계의 기대감도 커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먹사니즘 소상공인위원회 정책협약식에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정은경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세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위원장) 등을 만나 안전상비의약품 취급 품목 확대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편협은 생산 중단된(타이레놀 80㎎, 160㎎) 품목 2종에 대한 대체 지정과 함께 품목을 제산제, 지사제, 화상연고 등으로까지 확대를 건의했다. 현재 국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은 11개 품목이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제도는 심야·공휴일에 국민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2년 도입됐다. 당시 해열진통제 5종·소화제 4종·감기약 2종·파스 2종 등 13개의 안전상비약을 24시간 판매하도록 허용했다. 2022년 타이레놀 2종 생산이 중단되면서 취급 품목 수가 11개로 줄어들었다.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미국 약 30만종, 영국 약 1500종, 일본 약 1000종의 의약품을 소매점에서 판매 중이다.
편의점 내 안전상비약 수요는 지속해 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안전상비약 매출은 2018년 504억원에서 지난 2023년 832억원으로 5년새 65% 증가했다. A편의점에 따르면 안전상비약의 전년 대비 매출은 △2021년 38.8% △2022년 30.2% △2023년 36.0% △2024년 16.1%로 꾸준히 늘었다.
수요 증가와 품목 확대 요구에도 지난 12년 동안 품목은 한번도 고쳐지지 않았다. 품목 확대에 대한 논의하는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도 지난 2018년 이후 7년간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약사단체의 거센 반발 영향이다.
보건복지부 등은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공감하고 논의를 재개할 준비를 해왔다. 지난 2023년 7월 보건복지부도 대체약 지정을 위해 자문위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으나,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해당 논의가 뒤로 밀린 상황이다. 정권 교체로 의정 갈등에 대한 해결 여지가 생긴 만큼 이재명 정부에서는 품목 확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24시간 불을 밝히며 긴급한 상황에서의 주요한 의약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고 긴급성 중심의 안전상비의약품 확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정책협약식에서 전편협은 △카드수수료 기준 매출액에서 '담배에 부과된 세금' 제외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도 함께 건의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