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 전 금융권 1위... 23년 이어 2년 연속
운용수익률은 은행권서 가장 우수... 원리금 비보장형 DC형·IRP서 두각
퇴직연금 상품 공급·연금자산 관리 등 선제적으로 강화... 시장 지배력 키워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하나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의 신흥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1년간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 규모가 전 금융권 1위인 데다가 운용수익률은 은행권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이 2035년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녹색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40조2734억원으로 전년 동기(33조6987원) 대비 6조5747억원(19.51%) 증가했다. 이는 전체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하나은행은 지난 2023년에도 전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액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범위를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 좁히면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율은 ▲우리 14.51%(3조4358억원) ▲국민 14.17%(5조2216억원) ▲신한 13.64%(5조5137억원) ▲NH농협 13.04%(2조7062억원)이었다.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액을 6조원 넘게 불리면서 15%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한 곳은 5대 은행 중 하나은행이 유일했던 셈이다.
이처럼 돋보이는 성장세를 바탕으로 하나은행은 전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액 '탑 3'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퇴직연금 적립액 순위는 삼성생명이 50조3264억원으로 1위였으며, 이어 신한은행(45조9153억원), 국민은행(42조481억원), 하나은행(40조2734억원) 등의 순이었다. 3위 국민은행과 4위 하나은행 간의 격차는 2023년 말만 해도 3조원 이상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1조8000억원 수준까지 좁혀졌다. 하나은행이 현재의 적립액 증가율 추세를 이어간다면 머지 않아 순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지난해 은행권에서 가장 우수한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원리금 보장형과 비보장형을 통틀어 직전 1년간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DB형·DC형·IRP 평균 수익률은 6.71%로 은행권 1위였다. 이어, ▲신한 6.42% ▲국민 6.31% ▲우리 5.92% ▲기업 5.77% 등의 순이었다.
특히 하나은행은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 기간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형 DC형 및 IRP 수익률은 각각 12.83%와 10.78%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은행권 평균치인 9.05%와 7.76%를 각각 3%p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하나은행은 2023년 말 해당 항목 수익률에서 각각 은행권 2위와 4위에 머물렀으나 일년 만에 모두 1위로 뛰어올랐다.
하나은행의 이 같은 퇴직연금 성과는 상품 공급 및 연금자산 관리를 선제적으로 강화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ETF 상품 및 채권 직접 투자를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에 도입했으며, 2023년에는 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고객만을 위한 전문 상담센터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개설해 현재 서울·경기·대구·부산 등 전국 주요 거점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나은행은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위해 다양한 비대면 퇴직연금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카카오톡 '퇴직연금 스마트 안내장', 모바일 은퇴설계 솔루션 '하나더넥스트 연금플래너', 모바일 연금진단 서비스 '하나원큐 연금닥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은행장이던 지난 2015년부터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관련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퇴직연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하나은행이 그간 한발 앞서 퇴직연금 사업에 공을 들인 결실을 맛보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2035년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되는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퇴직연금 서비스와 영업망 등을 탄탄히 갖춰 놓은 상황에서 수익률 또한 눈에 띄게 우수한 만큼,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행 중인 퇴직연금 실물이전제가 활성화될 경우 신규 가입자 유치 및 기존 가입자 수성 측면에서 타 금융사 대비 한층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금융사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실물이전제) 시행으로 퇴직연금 금융사 변경이 기존보다 쉬워진 데다가 각 금융사가 제도 시행에 맞춰 마케팅 경쟁을 펼치면서 퇴직연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분위기"라며 "하나은행과 같이 영업망과 수익률 등에서 앞서는 금융사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사업 강화를 위해 현재 전국 7곳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올해 최소 2곳 이상 추가 개설하는 동시에, 연금 전문 컨설턴트가 고객을 찾아가는 방문 상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업 단위의 가입자 유치 확대를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과 외국계 기업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행을 믿고 연금자산을 맡겨주신 고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2년 연속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1위라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며 "올해도 당행만의 차별화된 상품 구성과 세심한 연금자산관리 서비스로 퇴직연금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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