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 제대로 대응하는법

2025-10-08

모기에 물려 가려울 때 대응책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어떤 방법은 효과가 없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모기 타액을 빼낸다는 모기침 제거기는 효과가 없다. 모기에 물린 곳이 빨갛게 부어오르는 것은 물린 뒤 이미 몇 분이 지난 상태여서 침 성분을 빨아내기엔 늦은 시점이다. 모기가 주입하는 침은 극히 미량인 데다가 피부에 남기는 구멍도 타액을 뽑아내기에는 너무 작다.

온찜질·냉찜질은 도움이 된다. 가려움, 통증, 온도 자극이 모두 같은 경로로 뇌에 전달된다. 따라서 다른 감각으로 뇌를 바쁘게 만들면 가려움이 줄어드는 원리이다. 뜨겁거나 시원한 자극이 가려움 신호를 덮어버리는 셈이다. 가려운 부위를 긁는 것도 마찬가지로 통증 자극으로 가려움증을 일시적으로 줄여준다. 하지만 자꾸 긁다가 상처가 나면 2차 감염 위험이 있다. 뜨거운 숟가락을 대는 민간요법 역시 화상 위험이 있어 피해야 한다. 뜨거운 열로 모기 타액 속 단백질을 변성시켜 가려움증을 없앤다는 주장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다.

멘톨 성분이 들어 있는 차가운 파스나 바르는 약은 도움이 된다. 원리는 역시 반대자극이다. 항히스타민제도 가려움을 줄여준다. 인체 면역세포에서 방출하는 히스타민이 가려움증의 주된 원인이며 항히스타민제가 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바르는 제형보다 전신에 작용하는 먹는 알약이 더 효과적이다. 히드로코티손 크림도 물린 부위의 염증과 면역반응을 가라앉혀 가려움증을 완화한다.

애초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모기 기피제에는 DEET·이카리딘이 주로 사용된다. 둘 다 효과적이지만 이카리딘이 무색무취에 피부 자극이 적다. 팔·다리·목덜미 등 노출된 피부에 분사하고 얼굴에는 손에 뿌린 뒤 발라주는 게 안전하다. 얼굴에 직접 분사하면 눈·코·입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꼭 끼는 옷보다는 헐거운 옷이 낫고, 긴팔·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모기 기피제마다 지속시간이 다르므로 야외에 오래 머무는 경우에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다시 사용해야 한다. 시트로넬라 오일이나 정향유는 천연 성분을 내세우지만 효과가 충분치 않다. 밴드나 스티커도 효과가 없다. 이들 제품에는 모기 기피제가 거의 들어있지 않으며 전신을 보호할 만큼 성분을 방출하기도 어렵다. 선풍기를 낮은 위치에서 강하게 틀어두면 모기가 발이나 다리를 무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전신을 보호하긴 어렵다. 초음파 모기퇴치기도 효과가 없다.

사람마다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O형 혈액형이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일본 연구 결과가 있지만 소규모인 데다가 실험 설계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사람이라도 이를 막을 수는 있다. 효과가 입증된 방법을 쓰자.

정재훈 약사·푸드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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