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AI) 기술은 우리 삶에 편리함과 효율성을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 문제를 일으킨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인 CES 2025의 주제가 'Connect, Solve, Discover, Dive In'으로 정해진 것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AI 등 첨단기술로 연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가능성을 발견하고, 변화에 참여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번 CES 2025의 중심 키워드는 'HUMAN'이다.
AI와 공존 혹은 경쟁할 인류 첫 세대, 인공지능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만의 고유기제. 즉, 자연지능의 회복과 계발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2025년을 앞두고 디지털 과잉으로 창의력과 공감능력이 약화됨을 상징하는 단어로 'Brain Rot(뇌 썩음)'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청소년층에서 집중력 저하와 정서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인간의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다. 바로 '인성교육의 회복'이다. 공감, 창의성, 윤리적 판단, 책임감 등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자질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 고유의 가치를 보존하고 강화하는 '인성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2015년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했으나, 여전히 경쟁 중심의 교육문화는 '나만 잘되면 돼'라는 태도를 강화하며, 공동체적 가치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너도 잘되고, 나도 잘되고, 우리 모두가 잘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교육의 기본이념인 홍익인간 정신은 모두의 행복과 공생을 추구하는 철학적 뿌리다. 이 정신을 통해 학생들이 공감과 협력, 공생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연계된 봉사활동이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실질적인 인성교육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감과 책임감, 그리고 타인과 함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해 도덕적 딜레마를 시뮬레이션하고, 학생들이 윤리적 판단과 책임감을 배우는 학습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AI와 공존하며, 인간 고유의 가치를 강화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AI 기술은 인성교육을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학생 개인의 성격, 감정상태, 학습스타일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과 인간다움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나아가 기존의 지식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인간발달과정에 맞춘 체덕지(體德智)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 체육과 예술활동을 통해 인성을 자연스럽게 계발하며,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최근 필자는 근 50년 만에 턱걸이를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는 철봉에 매달리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매일 연습하며 석 달 동안 단련한 결과, 턱걸이를 세 번 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신체적 건강과 더불어 마음까지도 단련되는 변화를 경험했다. 단순한 턱걸이가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건강과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이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공동체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AI 시대에도 인간다움은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한 가치이다. 학교폭력, 교권침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AI 시대를 살아갈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공감과 협력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Brain Rot'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교육의 근본가치를 되찾고 인간다움을 회복해야 할 때다. 인성교육은 AI 시대를 이끄는 진정한 열쇠다.
공병영 글로벌사이버 총장 겸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 gby33@hanmail.net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 겸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실 비서실장, 교육부 교육안전정보국장, 충북도립대 6~7대 총장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