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계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국경제인협회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해 모든 것을 걸고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서는 상황인데, 다른 분들께서는 무엇을 걸 것인지 저와 말씀을 나눠보자"며 "한경협 측에 공개적인 열린 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도발적인 발언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8단체가 발표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 촉구 공동 성명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소송 남발 우려, 위헌 소지 등 상법 개정안의 문제를 주장했다. 공동성명에 참여한 단체는 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8곳이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은 야당의 서두름으로 인해 정쟁화되면서 담론이 사라졌다"며 "국민들에게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여러 시각을 접하게 해드릴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원장은 "주주 충실의무는 글로벌 기준을 따라가는 것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자기나라에도 없는 제도를 우리한테 도입해 달라고 요구하겠냐"면서 "그런 점에서 우리만의 독특한 규제라는 것들은 가짜 뉴스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고, 과도한 형사 방지장치를 도입하고 이사회 보호 제도를 강화하는 등 부정적인 요인에 대한 부분은 치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원장은 "한경협이라면 충분히 기업의 입장을 대표할 처지에 있다고 생각하고 위치도 가깝다"며 "다음 주가 됐건 언제가 됐건 문제점과 부작용, 추진 방향에 대해 국민들 앞에서 함께 논의해 보는 것이 건설적"이라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을 정쟁화하기보다 담론으로, 정책과 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원장의 상법 개정안 철회 저지 행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원장은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여당과 주무부처·법무부의 의견이 모두 중요하고 경제 부처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종 결정권이 없다는 점에선 모두 같은 입장인데 금감원만 의견을 내지 말라는 것은 그 자체가 월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지난 13일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면서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전날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원장에게 "직을 걸겠다는 표현을 왜 그렇게 함부로 하느냐"며 "금감원장은 (상법 개정안) 업무를 직접 핸들링하는 라인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