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즈A 투자 유치와 글로벌 시장 진출 준비
-문서 작업 시간은 줄이고 실험 시간은 늘리는 등 연구 효율성 제고
-2차 전지, 반도체 등 소재 분야로 확장
바이오·나노·화학 분야의 연구 데이터 디지털화 기업 앤트(aaant)가 연구 현장의 비효율을 개선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앤트는 연구 데이터 관리 솔루션 ‘랩노트(Labnote)’와 AI 연구 어시스턴트 ‘랩노트 스칼라(Labnote Scholar)’를 운영하고 있다. 랩노트는 데이터 구조화 템플릿을 통해 연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하는 도구이며, 랩노트 스칼라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축적된 연구 데이터를 검색하고 문서 초안을 작성하는 서비스다. 서울아산병원, 한국화학연구원, LG생활건강 등 주요 연구 기관과 기업이 앤트 솔루션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나노·화학 분야는 여전히 디지털 전환이 미진한 영역으로, 2025년까지 R&D는 약 8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데이터 활용 시장은 약 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앤트는 2022년까지 매쉬업엔젤스, 블루포인트, 스트롱벤처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 등으로부터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4년에는 SK텔레콤과 하나은행이 운영하는 ‘AI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2기’에 선정됐으며 손익분기점에 근접한 실적을 달성했다. 앤트는 현재 시리즈A 투자 유치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 아날로그 방식의 낙후된 연구 환경 개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IT-인문학 융복합 과정)에서 만난 앤트의 공동창업자는 연구 현장의 아날로그 환경을 개선하고자 2020년 앤트를 창업했다.
대다수 기업과 연구 기관에서는 여전히 수기로 연구 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워드나 엑셀을 활용하는 경우에도 연구원마다 서로 다른 포맷으로 작성하고 개인 컴퓨터에 저장하는 방식이어서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가 어렵다. 특히 수기 작성의 경우 표준화된 양식 없이 연구원이 임의로 기록하다 보니 핵심 정보가 누락되거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연구 결과물은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공유하는 수준에 그쳐 지식의 체계적인 축적과 활용이 제한적이다.
앤트의 이상윤 대표는 “성공이든 실패든 모든 연구 결과는 후속 연구를 위해 체계적으로 축적되어야 하지만, 현재의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데이터의 효과적인 관리나 활용이 불가능한 실정입니다”라고 연구 현장의 비효율성에 대해 지적했다.
■ 연구 자료 기록 관리…디지털 전환의 시작
연구 현장의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구 자료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연구 실험의 조건, 사용 물질, 진행 프로세스 등을 세밀하게 분류하고 태깅하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해 연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AI가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구조화한 연구 데이터 정형화 기술이 앤트의 핵심 경쟁력이다.
연구 데이터의 체계적인 정형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이 보유한 연구 데이터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실험 목적, 주요 사용 물질과 장비, 연구 환경 및 프로세스를 포괄적으로 파악한 후 OCR 기술을 활용하여 수기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연구 결과물(보고서, 논문 등)을 체계적으로 분류한다. 데이터 정리가 완료되면 기업 맞춤형 템플릿을 설계하고 데이터 태깅 기준을 수립하며, 검색과 활용을 위한 데이터 구조를 설계하고 연구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분류 체계를 구축한다. 데이터 분류는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분류하며, 이에 따라 실험 조건값, 물질, 프로세스별로 태깅을 수행하고 데이터 간 연관관계를 매핑해 검색 가능한 형태로 변환한다. 앤트는 정형화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며, 검색 및 활용 시스템과의 연동,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최적화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데이터의 자동 정형화 체계를 구축하고, 기존 템플릿과 태깅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데이터 품질을 모니터링하며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이 대표는 “연구 노트 정형화 알고리즘은 실험 과정의 모든 요소를 세밀하게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물질을 30mm에서 스터링하는 경우, 물질 정보는 물론 스터링 속도와 프로세스 등 모든 실험 조건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기록합니다”라고 정형화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논문 데이터는 초록, 서론, 챕터, 이미지와 이미지 설명, 테이블 등을 자동으로 분리하고 태깅하는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어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추출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앤트는 이러한 데이터 정형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앤트는 바이오·나노·화학 분야 연구 데이터 관리 솔루션 ‘랩노트 민트’와 비임상·전임상 연구 데이터 관리 솔루션 ‘랩노트 오렌지‘를 각각 2022년과 2023년에 출시했다.
■ 연구 조교처럼 검색, 보고서 알아서 척척
앤트는 2024년, 연구 과정의 다양한 문서 작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AI 연구 어시스턴트 ‘랩노트 스칼라’를 출시했다.
연구원들은 랩노트 스칼라를 통해 연구노트, 보고서, 회의자료 등의 문서 초안을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다. 기존에 축적된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 동향을 분석하고 실험 결과를 시각화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특히 연구원들의 검색과 질문에 대해 정확한 출처와 함께 답변을 제공하며, AI 모델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출처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랩노트 스칼라는 데이터 보안을 위해 기업의 내부 연구 데이터는 독립된 환경에서 관리되며, 외부 데이터와 섞이지 않도록 엄격하게 분리 관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연구원이 ‘작년 실험을 요약해줘’라고 요청하면 워드 문서 형태의 정형화된 보고서를 제공합니다. 바이오·나노 분야 연구원을 위한 AI 연구 조교이자 연구 비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라고 설명했다.
■ 문서 작업 보다는 실험에 집중
랩노트로 연구원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실험 시간을 2배 이상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앤트 측의 조사 결과 랩노트를 도입할 경우, 실험 시간은 55.8%로 증가했고, 연구노트와 보고서, 발표자료 작성 시간은 38.2%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연구원들은 부가적인 업무가 줄어든 것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3시간이 걸리던 연구 논문 리뷰를 20-30분 만에 완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연구원들이 실험 방법과 조건을 더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게 되었죠. 특히 행정 업무 시간이 줄어 실제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된 점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바이오·나노·화학 전문가로 팀 구성
앤트는 바이오·나노·화학 분야 전문가로 팀을 구성했다. 특히 바이오·나노·화학 분야 전공자로 구성된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라는 독특한 직군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솔루션에 반영하는 혁신적인 체계를 구축했다.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는 고객사 온보딩과 초기 셋업 과정에서 전문적인 실험 용어와 깊이 있는 지식을 공유하며, 연구 현장과 서비스 간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서비스 기획팀 역시 관련 분야 전공자들로 구성되어 연구원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서비스 개발에 신속히 반영하고 있다. 앤트는 바이오·나노·화학 분야의 전문 경험이나 학문적 관심을 가진 인재를 우선적으로 선발하여 전반적인 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 시리즈A 투자유치와 글로벌 진출 본격화
앤트는 올해 시리즈A 투자 유치와 함께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미 스탠포드, 버클리 등 해외 유수 연구 기관과의 PoC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글로벌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연구 노트와 연구 실적이 영어 기반이고 논문 포맷이 국제적으로 표준화되어 있어, 앤트의 솔루션은 글로벌 호환성을 갖추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사용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앤트의 가치는 해외 시장에서 더욱 빛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해외 대학 연구실은 국내보다 연구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매출 잠재력이 높습니다. 국내에서는 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지만, 해외에서는 대학 연구실을 주력 고객으로 공략할 계획입니다”라고 글로벌 전략에 대해 밝혔다.
현재 앤트는 바이오·화학 분야를 넘어 2차 전지, 반도체 등 소재 분야로의 확장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바이오·화학·소재 시장은 매우 광범위하며, 2차 전지와 반도체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연구 노트 사업의 고도화 가능성이 높으며, 궁극적으로는 실험을 수행하는 모든 기관을 위한 서비스를 목표로 합니다. R&D 연구의 표준 프레임워크를 시작으로 연구 노트 관리 도구로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중기 전략입니다”라고 로드맵에 대해 설명했다.
■ “고품질 데이터 제공으로 기업의 알고리즘 자체 개발 지원”
이 대표는 “앤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품질의 데이터를 제공해 기업들이 독창적인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현재의 ‘랩노트 스칼라’는 작은 시작점에 불과하며, 앞으로 기업들이 AI를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명 ‘앤트’는 개미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개미는 자신의 몸무게의 10배를 들어 올릴 수 있고, 뛰어난 네트워크 협업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러한 개미처럼 연구 데이터의 효과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합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