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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는 어떻게 되었나요?”
치과의사라면 한번 씩은 들었을 만한 질문일 것이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서 꿈이 치과의사였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치과의사분들도 꽤 많으시다.
한국 치과의사들은 타 직종보다 유난히 “취미 부자”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치과의사분들을 보면 사진, 미술 등의 작품을 출품하거나, 악기를 수준급으로 다루는 분들, 또는 운동이나 여행에 진심인 분들이 아주 많다. 다재다능한 분들이 유난히 많은 집단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는데 그 이유를 나름 분석해보면, 아마도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이과적인 지식뿐만이 아니라, 미적 감각과 손재주도 필수이고, 환자를 대하는 스킬도 중요한 직종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문화 간 차이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를 알아갈 때 “취미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흔히 하는데 서양권 문화에서는 보편적으로 하는 질문이 아닌 것 같다.
영문사전에 취미라는 뜻인 “Hobby”를 검색하면, “즐거움을 위해, 또는 쉬는 시간에 하는 활동”이라고 풀이되어 있고, 프랑스어로 취미라는 뜻인 “Passe-temps”를 직역한다면 “시간을 보낸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자사전으로 “취미”를 검색하면 “마음에 끌려 일정(一定)한 방향(方向)으로 쏠리는 흥미(興味)”로 풀이 되어있다. 그만큼 “취미”에 대한 의미는 한국어에서 좀 더 많이 부여되는 셈이다.
필자는 음악대학 출신으로, 대학 시절 음악과 치과의사라는 진로 사이에서 고민을 하던 도중 “언어공부”라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국제기구의 공식언어 중 하나로 많이 사용되며 음악과도 연관성이 깊은 프랑스어를 대학생때 처음 배우게 되었고, 이후 방학 때와 틈틈이 시간이 생길 때 마다 어학연수를 하면서 꾸준히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당시에 언어공부는 직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취미일 뿐이었다. 흥미롭게도, 단순히 취미였던 언어공부가 치과의사가 된 이후에 해외 치과의사들, 그리고 해외 기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취미가 직업의 중요한 부문이 된 셈이다.
그래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부터 “치과의사는 어떻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공부도 필수이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 또한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하곤 한다. 취미를 통해 본인의 성향과 목표를 깨닫기도 하고, 그것이 나중에 커리어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취미를 찾다 보면 그 취미가 직업이 되지 않더라도 그 직업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그리고 AI 시대인 만큼,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은 치과분야 뿐만 아니라 일상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만약 “취미”가 사전적 의미처럼 “마음에 끌려 일정한 방향으로 쏠리는 흥미”라면, 마음이 끌리는 그 방향을 찾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유난히 추운 겨울이지만, 진료도 취미도 열심히 하는 동료분들께 마음은 흥미로 가득한 따뜻한 새해가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