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 中에 또 털렸다…연이은 기술 유출에 '골머리'

2025-10-08

우리나라 주요 산업 기술을 향한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 등까지 유출대상 산업군도 확대되고 있다. 피해를 입은 국내 업체들은 수조 원에 달하는 피해액과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을 감수해야 해 한국 산업의 국가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1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날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곳에 근무하는 일부 임직원이 회사의 최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중국 특정 경쟁업체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디스플레이 업계는 기술유출로 인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과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왔는데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16회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스플레이가 반도체 다음으로 인력 등 부분에서 정보가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나쁜 방향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많이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며 “전체적으로 디스플레이 업계도 그렇고 고객분들도 그렇고 공정한 경쟁을 굉장히 원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中 최초 18나노 D램, 삼성 기술로 만들었다…1년 피해액만 ‘5조’

국내 반도체 양대 축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기술유출 사범들에 대한 수사 및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한국 최초의 18나노 D램 반도체를 개발한 삼성전자 전직 임원과 연구원 3명이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삼성전자에서 중국 D램 반도체 회사 창신메모리(CXMT)로 이직한 뒤 해당 회사의 ‘2기 개발팀’ 핵심 인력으로 일했다. 불법 유출된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공정 국가 핵심기술을 부정 사용해 개발을 완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기술은 삼성전자가 1조 6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대 D램 최신 공정기술이다. 이들은 개발에 참여하는 대가로 중국 CXMT로부터 4∼6년간 삼성전자 연봉의 3∼5배에 달하는 15억∼30억 원의 높은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XMT는 중국 지방정부가 2조 60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중국 최초 D램 반도체 회사다. 기술력 부족으로 구형 D램을 위주로 생산했지만 18나노 D램 양산을 계기로 현지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렸고 현재는 DDR5와 LPDDR5 등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고부가 반도체 시장까지 엿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출하량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1분기 6%에서 4분기 8%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들의 기술유출로 인해 삼성전자의 매출 감소액이 지난해 기준 5조 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향후 피해 규모는 최소 수십조 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지난 6월에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협력사 부사장이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연구소장 등 다른 직원 3명도 징역 1년~징역 1년 6개월의 실형, 다른 직원 1명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

이들은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SK하이닉스와 협업을 하며 알게 된 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 등을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유출된 기술은 HKMG 반도체 제조 기술, 반도체 세정 레시피 정보 등 10나노급 D램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기술이다.

미국·대만은 ‘간첩죄’ 처벌하는데…韓 평균 형량 고작 ‘11개월’

반복되는 기술 유출 사건에도 개선되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은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법원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로 유죄를 선고한 6건의 평균 형량은 10.67개월에 불과했다. 산업스파이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 미국이나 대만 등의 국가에 비하면 형량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글로벌 단위로 사업을 펼치는 기업 특성상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장부터 계열사, 협력업체까지 유출 경로가 무한하다. 이직을 시도하는 전직 임직원의 경우 유출이 의심된다 해도 소재 파악 자체가 어렵다.

그렇게 기술유출 적기를 놓친 사이 우리 기업들의 피해 규모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6년간 396건에 달한 기술 유출 관련 기소 건수 중 30% 이상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핵심 첨단 기술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70% 이상이 중국과 연관됐고 5년간 우리 산업에 미친 피해액은 23조 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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