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10년 공들인 사회공헌 사업, 왜 좋은 평가를 못 받는 걸까

2025-02-19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사회공헌 사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많은 대상자가 만족했을 것이고, 제법 감동적인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업들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현실을 접하게 된다. 장기간 충실하게 수행한 사업이 좋은 평가를 못 받고 있다면 아마도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 사업 초기에 기업이 기대했던 ‘성과’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경우다. 사업의 성과를 이야기할 때 논리모형에 근거하여 사업의 각 요소를 투입(input)·산출(output)·성과(outcome)·임팩트(impact) 등으로 구분한다. 이 중 임팩트(impact)는 성과(outcome)에 비해 훨씬 중장기적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축구 신동을 발굴해 지원한다고 가정하자. 보통은 그 아이가 훌륭한 프로 축구선수가 되거나 나아가 국가대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후원한 아이가 축구선수가 되지 못했다면 이 사회공헌 사업은 실패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사업의 성과(outcome)는 “지원대상 아동이 경제적인 이유로 축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며,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여 동등한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이 아이가 프로 축구선수로 성장할지는 지원한 기업의 노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부상,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외부 변수에 의해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할 때 목표와 성과에 대한 명확한 설정과 내부적 합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 투입이 정체됐거나 줄어 성과가 미약하게 보이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사회공헌 사업 예산이 늘어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10년간 동일한 예산으로 사업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물가 상승률만 고려하더라도 사업 대상자의 수가 줄어들거나 제공되는 사업의 질이 낮아지는 등의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담당자의 노력과 애정은 10년간 이어졌을지 모르지만, 실제 투입은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예산 문제는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사회공헌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현실적인 요인 중 하나다.

세 번째, 데이터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다. 이 경우 사회공헌 사업의 성과를 제대로 입증하기 어려워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년간 수행한 사업에 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데이터를 요청하면 ‘데이터가 없거나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듣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지금까지 우리의 도움을 받은 대상자는 몇 명인지, 이런 기본적인 데이터도 곧바로 확인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10년 동안 같은 담당자가 사업을 담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의 데이터는 동일한 기준과 양식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사회공헌 사업을 10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이 나름의 확신과 진정성을 가지고 사업에 임했다는 증거다. 다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사회문제는 더 빠르게 변화한다. 중간 점검이 필요한 때다. 사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성과가 무엇인지, 예산은 적절한지, 데이터는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기본부터 다시 한번 점검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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