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무혐의 불송치 결정…수사결과에 남는 의문들

2025-03-03

국정원 직원 이모씨(47)는 지난해 3월22일 서울 강남구에서 주지은씨(46)를 사찰하다 발각됐다. 주씨는 이씨의 휴대전화에서 사진과 영상 등을 확인한 뒤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같은달 24일에는 사찰 피해가 확인된 7명과 함께 이씨와 그의 상급자 등 관련자 9명을 국가정보원법·청탁금지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주씨 등 4명을 특수폭행치상·특수감금·특수강요를 비롯해 정보통신망법상 비밀누설·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주씨는 이씨를, 이씨는 주씨를 고소했다. 주씨 측은 국정원의 정보수집 활동의 부당함을 문제 삼았고, 이씨는 정보수집활동의 정당성을 전제로 폭행·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경찰은 스토킹 혐의와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을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했다. 반면 주씨 측의 특수감금 등 혐의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씨는 ‘적법한 공무’를 수행 중인 국정원 요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여럿이 유형력을 써 전치 2주의 상해와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며, 다중이 공포를 조성해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했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사찰 발각 뒤 촬영된 영상에서 “집회가 자꾸 커지니까. 집회를 좀 누르자는 의도로 (미행을) 했다”며 “위에서 시킨대로 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휴대전화 ‘휴지통 파일’에 주씨의 사진 수십장이 발견된 뒤 나온 답변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는 무혐의 처리하고 주씨 등을 특수감금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1계는 국정원 요원들이 주씨와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을 대상으로 정보수집을 벌인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를 범죄 행위로 보진 않았다. “국정원 내부 위원회의 심사, 의결 절차를 거쳐 승인을 득한 다음 착수했다”는 이유였다.

국정원 내부 승인이 있었다고 해서, 정보수집이 모두 적법한 것은 아니다. 2023년 대법원은 2010~2011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미행해 사생활을 침해한 국정원 전 방첩국장 A씨에게 징역 7개월 실형을 확정했다. A씨의 사찰은 국정원장 등 내부 지시와 승인에 따랐지만 위법성이 인정됐다.

대진연 소속 대학생도 이씨를 상대로 한 고발장에 이름을 올렸다. 대진연 학생을 대상으로도 신원조사와 미행 및 사진 촬영이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주씨를 쫓던 국정원 ‘대치팀’이 대진연 학생들도 뒤쫓아 촬영하고 감시한 사실은 누락됐다. “대진연 회원들은 정보수집 활동 대상이 아니었는데, 주지은에 대한 정보수집활동을 하면서 함께 있던 대진연 대표와 회원들이 촬영되기도 한 것”이라는 이씨 측 진술만 불송치 결정문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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