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등학교를 그만둔 학업중단자 비율이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중단하는 이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올인’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9일 초·중등 교육정보공시서비스 ‘학교알리미’ 분석 결과 지난해 전국 고등학교의 학업중단율은 2.1%로 집계됐다. 학업중단자는 질병이나 가사, 부적응, 해외출국 등으로 자퇴하거나 퇴학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을 의미한다.

고교생의 학업중단율은 2002년 2.1%를 기록한 뒤 2005년 1.3%까지 떨어졌다가 2010년 다시 2.0%로 올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했던 2020년(1.1%)을 제외하면 2023년까지 1.3∼2.0% 사이를 오갔다. 최근 학업중단율은 2021년 1.5%, 2022년 1.9%, 2023년 2.0%로 매년 소폭 오르다가 지난해에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고교생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2.4%)으로 집계됐다. 세종 해밀고의 경우 278명 중 17명이 그만둬 학업중단율은 6.1%에 달했고 1학년은 8.3%까지 올라갔다. 고운고(전체 4.0%, 1학년 7.4%)도 학업중단율이 높은 학교로 꼽혔다.
이밖에 광주(2.3%), 경기(2.2%)도 학업중단율이 평균보다 높았고, 서울·대구·인천·경북은 평균인 2.1%였다. 학업중단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울산(1.4%), 경남(1.8%), 제주·전남(1.9%)으로 집계됐다. 부산·대전·강원·충북·충남·전북(2.0%)도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학업중단율이 높은 자치구는 강서구(2.7%), 중구(2.6%), 마포구·노원구(2.5%), 낮은 자치구는 광진구·양천구·중랑구(1.6%)로 자치구별 격차도 컸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1학년의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았는데, 입시업계는 수능 준비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고 있다. 수시전형에 지원하기 위해선 내신 성적이 중요해 1학년 중간·기말고사를 망치면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본 뒤 수능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수능 응시자 중 검정고시생 비율은 2016학년도 1.9%에서 2025학년도 3.7%로 뛰었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 1등급 비율은 고3 2.9%, 검정고시생 3.4%, 수학 1등급 비율은 고3 2.2%, 검정고시생 3.2%로 검정고시생이 모두 앞섰다. 종로학원은 “검정고시생의 국어·수학 2등급 이내 비율이 4년 연속 높게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검정고시생 중 상위권 수험생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서울 일반고 중 학업중단율이 높은 학교로 꼽히는 서초구 서초고의 경우 전체 학업중단율은 4.5%였지만 1학년은 7.1%까지 치솟았다. 이밖에 서대문구 가재울고(전체 4.6%, 1학년 6%), 강남구 개포고(전체 4.3%, 1학년 7.4%), 관악구 삼성고(전체 4.1%, 1학년 5.7%), 강남구 압구정고(전체 4.0%, 1학년 7.6%), 강북구 삼각산고(전체 4.0%, 1학년 8.1%), 강남구 중대부고 (전체 3.9%, 1학년 6.1%) 등 학업중단율이 높은 일반고 중 상당수는 1학년의 학업중단율이 특히 높은 양상이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예전엔 자퇴는 소위 ‘문제아’들이 많이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공부를 잘해 ‘모범생’이라 불리던 조용한 학생이 갑자기 자퇴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며 “1학년 때 내신을 망치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 빨리 정시 준비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한국사회에서 입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가 대입 준비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닌데 대입 전략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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