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20일 개최…이재용 판결 후 첫 회의

2024-02-07

3기 이찬희 위원장과 상견례

컨트롤타워 구축 논의에 주목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2월 정기회의 일정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심 판결 직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준감위는 지난달 31일 3기 출범 후 첫 회의 일정을 잡지 못했는데, 이 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날짜를 확정한 것이다. 미래전략실 부활 등 삼성의 경영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한 첫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감위는 오는 20일 3기 구성 후 첫 회의를 갖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간과 논의 안건 조율에 들어갔다. 앞서 삼성은 이찬희 위원장과 일부 위원들의 연임을 포함한 3기 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첫 회의 일정은 지난 5일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2기 준감위 회의는 매달 셋째 주에 열렸지만, 3기도 같은 시기에 열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며 "이재용 회장 무죄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도 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 준감위가 이 회장 무죄 판결 이후 첫 회의를 갖는 만큼 논의 안건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계는 특히 미래전략실 부활 등 그룹 내 컨트롤타워 구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컨트롤타워 재건은 준감위가 화두를 던진 삼성그룹의 숙원과제다.

준감위는 그동안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논의는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전히 미래전략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고, 국민 여론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아시아경제에 "컨트롤타워는 우리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연구하는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찬희 위원장은 삼성을 ‘항공모함’에 비유하며 경영의 효율성과 통일성을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특히 최근 법원이 이 회장뿐 아니라 옛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들의 혐의에 대해서도 죄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컨트롤타워 논의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일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해 추진됐고, 미래전략실이 합병을 전담해서 결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래전략실이 그룹 총수의 사익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한 기구로 인정한 것이다.

그룹 내부에서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안에 컨트롤타워의 형태와 운영방식 등을 확정하고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인력을 편성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래전략실은 2010년 이건희 선대 회장 재임 시절 처음 만들어져 그룹의 중장기 경영 전략을 세우고 각 계열사의 사업, 인수·합병(M&A) 등 그룹의 주요 현안들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후 미래전략실은 그룹 오너의 비리 행위를 돕는 거점으로 낙인찍혀 2017년 2월 해체됐다. 이후 미래전략실의 역할은 삼성전자(사업 지원), 삼성물산(설계·조달·시공), 삼성생명(금융 경쟁력 제고)이 나눠 갖고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컨트롤타워 재건의 숙제를 풀고 나면 그룹 내 준감위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 위원장 등 2기 위원들은 지난달 연임에 성공하면서 지난 2년간 보여준 성과를 계열사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이런 가운데서 컨트롤타워까지 준감위의 주도로 다시 세워진다면 재계에서의 주목도가 올라가는 동시에 그룹 내 역할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3기에선 이 위원장을 비롯해 권익환, 김우진, 윤성혜, 홍은주 위원이 연임됐고, 한승환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이사가 성인희 위원을 대신해 새로 합류했다. 한 대표는 삼성 인력개발원 부사장 및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대표이사 사장, 삼성웰스토리 사장 등으로 일한 이력이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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