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 쓰는 마을 남아있어…미러 회담, 왜 알래스카 택했나

2025-08-15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도널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담판이 열리는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호텔 예약이 동나는 등 회담 준비로 분주했다.

14일 앵커리지데일리뉴스는 “정상회담 당일 시내의 호텔과 에어비엔비 같은 단기 임대 모두 예약 가능한 방이 없다”며 “렌트카도 동났다”고 보도했다. 미·러 정상회담이 알래스카의 여름 성수기와 맞물리면서 앵커리지와 인근의 숙소들이 때아닌 ‘정상회담 특수’를 누리는 것이다. 미·러 협상 대표단은 알래스카 앵커리지대학의 기숙사 등에 숙소를 마련했다. 회담 준비를 위해 먼저 도착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과 실무자들도 앵커리지 도심에서 이날 목격됐다. 앵커리지 도심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깃발을 흔들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지해온 푸틴 대통령과 회담 관련된 인사들에 대한 제재도 오는 20일까지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회담이 열릴 엘먼도프-리처드슨 기지는 미국 알래스카 최대 도시인 인구 30만의 앵커리지에 위치한 미 육군·공군의 합동 군사 기지다. 1940년 공군 기지로 처음 문을 연 뒤 미·소 냉전 시절엔 최전선에서 러시아를 견제·감독하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미드 트레드웰 전 알래스카 부지사는 앵커리지데일리뉴스에 “러시아를 향한 미국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해온 알래스카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엘먼도프-리처드슨 기지에서 양국 정상 회담과 공동 기자회견까지 열린다고 예고했다.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1867년 사들인 알래스카는 미국과 아시아의 중간에 있어 그간 꾸준히 미국과 비서방간 외교 활동의 장소로 활용된 지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알래스카 최대 도시 앵커리지를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련 시절을 포함해 러시아의 정상급 인사가 알래스카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의 슈피겔은 러시아가 정상회담 장소로 알래스카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외국 영토를 통과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안보상으로도 유리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알래스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전범 혐의로 체포될 위험도 없다.

알래스카가 과거 러시아 영토 시절부터 이어진 양국 교류의 상징이라는 점도 정상회담의 의미를 더하는 요소다. 알래스카 곳곳에는 러시아 정교회 소속 교회와 러시아어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동체들이 남아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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