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달러만 내면 옥스퍼드대 입학 보장”
중국의 모 유학 중개 업체의 광고 문구다. 이들은 학력과 성적을 위조해 영·미 명문대 입학을 ‘보장’하는 불법 영업으로 폭리를 취한다. 해당 중개 업체들은 주로 홍콩·미·영 대학을 타깃으로 위조된 성적표·조작된 졸업장·대리시험 등 수법을 동원해 막대한 수익을 챙긴다.
중국 《남방인물주간》은 중국 유학 중개업체 ‘텅더치디’를 통해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 입학한 왕제(王珏·가명)의 사례를 보도했다. 체제 내 취업을 준비하던 왕제는 27세에 유학을 결심하고 이 중개 업체에 34만 위안(약 6500만원)을 지불했다. 이 업체는 내부 추천 경로를 통해 100% 입학을 보장, 실패 시 전액 환불을 약속했다. 왕제는 2023년 9월 맨체스터대 예술·언어·문화대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하지만 올해 2월, 그는 학교로부터 ‘학위 위조 청문회’통보를 받았다. 등록된 학부 대학에 왕제의 재적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제시한 그녀의 입학 서류에는 뉴욕대(NYU) 명의의 학위증과 성적표가 포함돼 있었다. 그녀는 실제로 이 대학에 다닌 적이 없었고, 해당 학교의 학위증을 입학 서류로 제출했다는 사실조차 처음 알게 됐다. 왕제는 결국 퇴학 조치됐다.
유학 중개업체들이 내세운 ‘입학 보장’ 서비스는 허위 성적표·위조 학위·허위 공증서 등 각종 조작 방식이 동원된다. 옥스퍼드·케임브리지·하버드 등 A급 명문대 입학은 15만 달러, 펜실베이니아·컬럼비아대 등 B급 대학은 9만 달러, 맨체스터·에든버러 등 C급 대학은 7만 달러에 이르는 요금을 요구한다.
‘입학보장’ 유학 상품의 그림자…中 특권층 유학생 논란에 반감 확산
고액의 ‘입학 보장’ 유학 상품은 실력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에게 해외 명문대 진학의 문을 열어주며 그 대가로 높은 수익을 노리는 구조다. 억울한 피해자도 있지만 스펙을 통한 ‘몸값 상승’을 기대하는 이들의 수요와 결합하며 시장은 커졌다.
최근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둥시잉 사건’은 이 같은 해외 유학 시스템의 그늘을 드러냈다. 둥시잉은 공산당 고위 간부의 딸로 미국 컬럼비아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중국 최고 의과대학인 협화의학원 박사 과정에 특례 편입됐다. 이후 빠른 속도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수도 베이징의 중일우호병원에서 수련의로 일해 왔다.

둥시잉을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그녀는 의사 면허 박탈 및 학위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 없이 해외 학위와 배경을 앞세워 주요 보직을 차지한 사례로 비판 여론은 거셌다. 특히 이 사건은 성실하게 공부해온 일반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았다는 점에서 교육 불평등 문제를 더욱 부각했다.
이처럼 해외 유학을 둘러싼 부정 사례가 반복되면서 중국 내에선 ‘해외 유학파 숭배’ 현상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교육부는 지난 4월 28일 공식 공고를 통해 “해외 학위에 대한 인증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해외 학위 인정 절차에 변화가 예고된 셈이다.
중국 대표 가전기업 거리그룹의둥밍주 회장은 “우리 회사는 유학생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거리그룹의 연구개발(R&D) 인력 가운데 해외 유학파는 0.5%에 불과하다. 유학 경력이 더는 ‘실력’의 보증서가 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심스럽게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