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사키 로키(LA 다저스)의 스플리터는 (상대 타자들에게) 생각보다 더 끔찍하게 다가올 수 있다.”
MLB닷컴의 데이빗 애들러가 6일 ‘사사키의 스플리터가 메이저리그의 차세대 위대한 구종처럼 보이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사사키는 지난 5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이어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 3이닝을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자신의 첫 실전 등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려가 많았던 그의 구속은 이날 최고 99.3마일(약 159.8㎞)이 찍히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였다. 이날 사사키가 던진 25개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8마일(약 157.7㎞). 고작 1경기라 절대적인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지난해 지바 롯데에서 기록한 것보다 1㎞ 이상 더 빨랐다.
<사사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 변화>
2021 : 152.6㎞(94.8마일)
2022 : 158.4㎞(98.4마일)
2023 : 159.1㎞(98.9마일)
2024 : 156.0㎞(96.9마일)

오는 12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이 예고된 사사키가 그 경기에서도 이런 패스트볼 구속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주요 이슈 중 하나였던 사사키의 패스트볼 구속 하락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MLB는 일본프로야구와는 다르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진다고 하더라도 그게 ‘공략 불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날 사사키가 신시내티 타자들에게 허용한 안타 2개는 높거나 한복판에 몰린 패스트볼을 공략당한 것이었다.
이날 사사키가 정말로 관계자들의 관심을 끈 부분은 패스트볼이 아니라 ‘결정구’ 스플리터였다. 신시내티 타자들은 사사키의 스플리터에 그야말로 눈뜨고 당했다. 이날 사사키는 총 18개의 스플리터를 던졌다. 신시내티 타자들은 사사키의 스플리터에 8차례 스윙했고, 그 중 7번이 헛스윙이었다. 나머지 하나도 뜬공이었다.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그가 메이저리그(MLB)에 오기 전부터 이미 정평이 나 있던 그의 ‘시그니처’ 구종이다. MLB닷컴은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MLB에 도전하는 그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공개하면서 그의 스플리터에 20-80 스케일에서 최대로 줄 수 있는 점수인 80점을 부여했다. 당시 패스트볼에 준 점수는 70점이었다.

애들러는 사사키의 스플리터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눈여겨봐야 할 3가지를 언급했다. 그 중 제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 ‘저회전’이다.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플리터는 대표적인 저회전 구종이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MLB 투수들이 던진 스플리터의 평균 rpm(분당 회전수)은 1302rpm에 불과했다.
그런데 신시내티전에서 사사키의 스플리터 평균 구속은 85.8마일(약 138.1㎞), 회전수는 평균 519rpm으로 극히 낮았다. 최고 688rpm, 최저 402rpm이 기록됐다. 이보다 더 낮은 회전수의 구종이 있다면 너클볼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MLB 투수들이 던진 공 중 사사키의 스플리터보다 회전수가 낮았던 공은 평균 244rpm을 기록한 맷 월드론의 너클볼 뿐이었다. 애들러는 “거의 너클볼 같다. 사사키는 극한으로 회전을 줄인 스플리터를 던진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불과 2년 전인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일본 대표팀에서 사사키가 던졌던 스플리터의 구속은 평균 91마일(약 146.5㎞), 회전수도 약 1100rpm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사사키는 일본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4년 내내 스플리터의 평균 구속이 140㎞ 이상 찍혔다. 지난해에도 142.1㎞가 나왔다. 일본프로야구 투수들의 회전수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없지만, 구속으로 미루어보면 신시내티전에서 보인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무언가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와 함께 두 번째로 언급한 것은 ‘낙차’였다. 애들러는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평균 43인치가 떨어졌다. 지난해 MLB에서 가장 낙차가 컸던 것이 41인치였는데, 그보다도 더 많이 떨어졌다”며 “또 사사키의 스플리터에는 5인치 정도의 하향 무브먼트까지 더해졌다. 이 역시 지난해 MLB 기록인 4인치보다 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중요한데, 바로 횡 무브먼트였다. 애들러는 “사사키의 스플리터가 보여주는 횡 무브먼트는 흥미롭기 그지 없다. 보통 스플리터나 포크볼, 체인지업, 스크류볼 같은 구종은 투수의 팔 방향으로 휜다. 그런데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양방향으로 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암사이드(투수가 던지는 팔 방향으로 꺾이는 무브먼트)를 향할 때도 있지만, 글러브 사이드(투수의 글러브 방향으로 꺾이는 무브먼트)로 향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베이스볼서번트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놀랍게도 사사키의 패스트볼과 스플리터, 슬라이더는 거의 동일한 릴리스포인트에서 뿜어져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타자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