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ß 인터뷰 ¡ß
김기동(52·FC 서울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성공을 맛본 몇 안 되는 축구인이다.
김기동은 1993년 프로에 데뷔해 2011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김기동은 유공 코끼리(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 포항 스틸러스에 몸담으며 K리그 통산 501경기(39골 40도움)에 출전했다.
김기동은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역대 5번째로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K리그 역대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김기동보다 출전 경기 수가 많은 건 이동국(548경기)뿐이다.
김기동의 축구 인생이 탄탄대로(坦坦大路)였던 건 아니다.
김기동은 1991년 포항 제철 아톰즈(포항 스틸러스의 전신)에 입단했지만 1993년 유공으로 팀을 옮기기 전까지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랬던 김기동은 K리그 전설 중의 전설로 남았다. 김기동의 축구 인생에서 흔치 않은 무명 시절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김기동 감독은 실패를 모르는 지도자입니다. 2019시즌 포항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때부터 ‘성공의 길’만 걷고 있습니다. 포항을 떠나 서울에서 보낸 첫 시즌은 더 놀라웠는데요. ‘시간이 필요하다’는 축구계 예상을 보란 듯이 뒤엎고 ACL 티켓을 확보할 가능성이 아주 커졌습니다. 서울이 파이널 A에 속한 것도 2019시즌 이후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궁금했던 건데 지도자 김기동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줬던 감독은 누구입니까.
저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12명의 감독을 거쳤어요. 12명 감독 모두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했습니다. 특징이 있었죠. 전술적으로 뛰어난 감독, 선수단 관리에 특출난 능력을 보인 감독 등 다양했습니다. 이 모든 경험이 지도자 김기동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Q. 윤정환 감독은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에게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윤정환 감독과 선수 시절 니폼니시 감독의 지도를 받았잖아요. 니폼니시 감독 시절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까.
(윤)정환이 말대로 니폼니시 감독이 그 당시 한국 축구계에 생소했던 전술, 스타일을 구사했던 건 맞아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당시만 해도 수비는 무조건 대인마크였어요. 당시 한국 감독님들은 수비해야 할 선수를 지정해 준 뒤 “화장실까지 따라가라”고 할 정도였죠. 그런 시대다 보니 키 크고 힘 좋은 선수를 선호했고요.
니폼니시 감독은 달랐습니다. 지역 방어란 개념을 처음으로 접했어요.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전술도 입혔습니다. 당시 한국엔 패스 축구란 개념이 없었어요. 니폼니시 감독이 처음이었죠. 니폼니시 감독 체제에서 제가 중용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Q. 어떤 문제가 있었습니까.
니폼니시 감독이 오기 전 주전으로 뛰었던 형들이 있잖아요. 그 형들이 ‘나를 좋아하겠냐’고(웃음). 제가 제 자리를 지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어려움이 많았어요. 저는 축구계에서만 이런 일이 생긴다고 보지 않아요. 사회도 그렇잖습니까. 변화가 생기면 손해 보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버티고 버텼죠. 니폼니시 감독의 축구에 녹아들면서 프로축구 선수로 확실하게 자릴 잡을 수 있었습니다. 니폼니시 감독에겐 항상 고마운 마음이에요. 그분을 만나서 제가 선수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축구를 배우면서 은퇴하는 날까지 경쟁력 있는 선수로 남을 수 있었고요.
Q. 김기동을 지도했던 내국인 지도자 가운데선 누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허정무 감독이요. 진짜 힘들었습니다(웃음). 허정무 감독님 스타일이 스파르타식이었어요. 허정무 감독님은 제가 처음 포항에 입단했을 때 수석코치셨어요. 1991, 1992시즌까지 수석코치 하시고, 1993시즌에 감독을 맡으셨죠. 하루 네 차례 훈련했습니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훈련을 했죠. 일주일이 한 달같이 느껴졌어요.
Q. 하루 네 차례 훈련이라... 일과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운동 나가요. 끝나면 밥 먹고 오전 10시에 다시 운동합니다. 오후 1시에 점심 먹고 3시부터 다시 운동해요. 오후 8시에 저녁 먹으면 10시부터 야간 운동합니다. 죽는 줄 알았어요(웃음).
Q.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일정입니까.
여름엔 탈진이 돼서 당시 코치님이 “집에 가서 좀 쉬다 오라”고 했어요. 코치님이 저한테 “이러다가 죽겠다”고 하면서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하셨죠. 그러다가 유공으로 간 겁니다. 처음 유공에 왔는데 형들이 “박성화 감독님의 훈련이 너무 힘들다”고 하는 거예요. 형들이 “죽을 것 같다”고 하는 겁니다.
Q. 선수 김기동이 느낀 박성화 감독의 훈련은 어땠습니까.
허정무 감독님의 훈련 강도에 60%쯤 됐을까 싶어요. 저는 휘파람 불면서 했습니다(웃음). 엄청난 훈련을 거듭하면서 강인한 체력이 만들어진 겁니다. 유공 선수들은 그런 훈련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제겐 할만한 훈련도 ‘힘들다’고 느낀 거예요. 제가 체력에서 다른 선수들을 크게 앞서니 축구가 쉬워졌습니다.
Q. 그때부터 김기동의 축구 인생이 시작된 거군요.
제가 1991년 포항에 입단했을 땐 체력 테스트에서 항상 꼴찌를 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민망하지만, 골키퍼들보다 체력이 약했습니다. ‘프로의 세계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죠. 고등학교 때까진 강인한 체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왜냐. 고교 시절엔 내가 원하는 대로 축구했으니까. 몇 분을 뛰든 내가 원하는 대로 패스하고 하던 때였어요.
프로는 완전히 달랐죠. 모든 선수가 체력, 힘이 좋았어요. 잘 뛰었습니다. 저는 뛰질 못하니까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거예요. 포항에서 하루 네 차례씩 운동하니 달라지더라고. 그땐 울면서 산을 뛰어 올라갔다니까. 그때 스스로 약속한 게 있어요. ‘산에 올라갈 땐 절대 걷지 말자’고 다짐했었죠. 조금이라도 뛰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까 마지막엔 체력 테스트에서 5등 안에 들었어요.
Q. 그렇게 했는데도 1등은 어려웠던 겁니까.
타고난 애들은 못 이겨(웃음). 진짜 죽어라 하고 노력했는데 체력을 타고난 선수들이 있었거든요. 당시 있었던 노태경이나 나승화 같은 선수들은 이길 수가 없더라고. 지금으로 치면 (김)승대 같은 선수들이었어요. 많이 뛰고 빨랐던 선수들.
Q. 체력 테스트에서 매번 최하위를 기록했던 김기동이 강인한 체력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체력은 물론이고 멘탈이 아주 강해졌죠. 포항에서 2년 6개월 머물며 경기에 나서진 못했지만, 프로축구 선수로 생존할 힘을 키웠던 겁니다. 돌이켜 보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한둘 아닌 힘든 시간이었지만 선수 생활을 후회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기반을 닦지 않았나 싶어요. 옛날 얘기하니까 재미난 에피소드가 하나 떠오르네.
Q. 벌써 기대됩니다.
새벽에 일어나잖아요. 그럼 허정무 감독께서 선수들 방문을 하나하나 열어봅니다. 선수들이 운동을 나갔나 안 나갔나 확인하시는 거지. 새벽 운동이 보통 7시 40분쯤 끝났거든요. 감독님은 항상 신문을 보고 계셨습니다. 동시에 선수들이 운동하고 올라오나 안 올라오나 지켜보셨죠.
이런 적도 있었어요. 진짜 너무 힘들어서 새벽 운동 나가 졸고 있었던 겁니다. 차가 한 대 딱 멈추더라고. 허정무 감독님이었지. 아침밥 먹고 감독님 방에 불려 가 엄청나게 혼났어요. 감독님이 제게 “이제 막 프로 생활을 시작한 네가 그러면 되느냐.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죠. 진짜 힘들었어 그땐.
Q. 말만 들어도 힘든 게 느껴집니다. 포기하려는 생각은 안 했습니까. 옛날 기사를 찾아보면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도망친 선수들도 많았잖아요.
많았죠. 훈련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이탈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끝’이었어요. 체력 테스트에서 계속 꼴찌를 한다면 제 미래는 없다고 봤습니다. 어떻게든 체력을 올려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믿었죠. 설령 제가 축구를 그만둔다고 해도 체력 하나 끌어올리지 못하는 데 무얼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사회생활도 똑같다’고 봤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목표를 정하면 어떻게든 이뤄내려고 발버둥 쳤어요. 시간이 걸렸을 순 있지만 그 목표를 꼭 이뤄냈죠. 내가 목표를 정해놓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데 사회 나가서 회사원을 하든 사업을 하든 뭘 할 수 있겠어요. 나태해지려고 할 때마다 목표만 봤습니다.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만 집중했죠.
[구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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