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예산 부족으로 집행 차질”
“한 달 80건 이상 재판 들어가는 것 기본”
국선전담 처우도 20년째 제자리걸음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국선변호사를 선임하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법원이 제때 지급하지 못한 국선변호사 수임료가 87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선변호 조력 범위 확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 만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중요성은 커지고 있으나, 정작 국선변호사들은 보수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12일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원이 제때 정산하지 않아 올해 상반기 기준 연체된 일반국선변호사의 수임료가 87억6866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올해 1분기 연체된 수임료는 약 125억원에 육박한 뒤, 2분기에 소폭 하락했다. 법원행정처는 “예산 부족으로 인한 각급 법원의 집행 잔액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빈곤 등의 사정으로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법원의 예산 편성과 집행은 이러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5년간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피고인 수는 △2020년 12만7232명 △2021년 11만9816명 △2022년 12만2541명 △2023년 13만6792명 △2024년 14만9346명으로 증가세다. 지난해 전체 형사사건공판 피고인이 총 34만7292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중 43%를 국선변호사가 감당했다.
법원이 예산 집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국선변호사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국선변호사는 크게 ‘일반국선변호사’와 ‘국선전담변호사’ 두 종류로 나뉘는데, 별도 사무실을 운영하며 사건별로 수임료를 받는 일반국선변호사들은 수임료 지급 시기가 불확실해 사무실 운영과 재판 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법원 소속으로 국선 사건만 전담하는 국선전담변호사의 처우도 20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법원이 일반국선변호사 수임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선전담변호사에게로 과중한 업무가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사를 지낸 A씨는 “법원이 예산이 모자라니 국선전담변호사에게 사건을 최대한 넘기면서 매달 최대 45건의 사건을 받는다. 한 달에 80건 이상의 재판을 들어가는 건 기본”이라며 “개별 사건에 집중하길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일할수록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국선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사법정의 최후의 보루”라며 “국선변호사의 ‘열정페이’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예산을 늘리고 예산 책정 및 집행에서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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