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라리 전시장에 드레스 입은 여자가 찾아왔다. 능숙하게 걸어가 빨간색 ‘페라리 488 피스타 스파이더’를 고른 그는 차량 내부가 아닌 엔진을 확인한다. 그는 하이힐을 벗고 시승한 후 직원에게 묻는다. “준비됐어요?”
이윽고 우아한 표정으로 시내를 질주하고 돌아오는 이 여자, 구이룬메이(계륜미·42)다.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의 루 샤오위 역할을 맡아 ‘첫사랑 아이콘’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구이룬메이가 레이서로 돌아왔다. 11일 개봉한 ‘드라이브 인 타이페이’에서다.
‘드라이브 인 타이페이’는 대만을 배경으로 한 카체이스 액션 영화. 프랑스와 대만에서는 작년 9월에 개봉했다. 액션 영화 팬들 사이에선 기대 이상이란 평가다. IMDb(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에서 7점(10점 만점)을 준 한 이용자는 “‘테이큰’과 ‘분노의 질주’ 시리즈 분위기”라며 “액션 시퀀스가 인상적이다”라는 평을 남겼다.
영화에서 구이룬메이는 레이서이자, 마약 조직의 보스 강 회장(성 강)의 아내 조이 강이다. 대만에서 남편, 아들 레이몬드(와이엇 양)과 함께 사치스런 생활을 누리던 조이는 15년 만에 마약단속국 요원 존 롤러(루크 에반스)를 만난다. 어쩐 일인지, 강 회장의 손을 뿌리치고 존 롤러와 함께 나서는 조이. 그는 강 회장을 피하기 위한 질주를 시작한다.

영화는 ‘드라이브 인 타이페이’라는 제목에 충실하다. 질주와 격투 장면에 힘을 줬고, 대만의 도시와 시골풍경을 꼼꼼히 담았다. 4DX로도 개봉한 이유다.
조이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질주하는 카체이스 장면이다. 존 롤러와 강 회장의 대립을 보여줄 때도 마찬가지다. 지형지물을 활용해 서로의 힘을 과시하는 격투 장면은 극의 몰입을 높인다. 극 전개에 필요한 장면들은 모두 역동적으로 구성됐다.
짧게 변신한 머리만큼 자유로운 액션을 보여주는 구이룬메이가 인상적이다. “원래도 내가 운전은 잘하잖아”라며 흐트러짐 없는 눈빛으로 ‘분노의 질주’를 벌인다. ‘트랜스 포터’, ‘테이큰’ 시리즈에 이어 각본과 제작을 맡은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의 작품 속 강인한 여성들과 맞닿아 있다.
구이룬메이 외의 주연들은 액션 장르에서 자주 본, 익숙한 얼굴들이다. 루크 에번스, 성 강은 스트리트 레이싱 소재로 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꾸준히 출연해 왔다.
화면 연출에 비해 스토리라인은 단조로운 편. 질주할 때의 속도감과 거침없는 총격전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4D로 봐야 할 영화다.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