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환경에서 출산과 양육을 감당해야 하는 위기 가구를 지원하는 국가 제도는 이전보다 촘촘해졌지만, 출산 이후의 삶과 양육까지 떠받치기에는 여전히 공백이 드러난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경제적 지원만큼이나 주변의 지지와 돌봄이 중요하다. 국가의 공식 지원이 미처 닿지 않는 자리를, 가정으로 직접 찾아가는 돌봄으로 메꾸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10월24일 충남 태안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출신 레나씨(가명)는 둘째 아들을 출산하기 전후로 혼자서 도저히 감당하기 벅찬 시간을 겪었다. 레나씨는 지난해 초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남편과 사별했다. 퀸사이즈 매트리스와 아동용 옷장이 간신히 들어가는 원룸에 세 살 난 첫째와 갓난아기, 그리고 레나씨만 남겨졌다. 둘째 임신 8개월 차까지 이어오던 식당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뒤로는 생계 부담도 더욱 커졌다.
그러나 레나씨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경제적 어려움보다도 외지에서 모든 것을 ‘홀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그는 추석처럼 긴 명절 연휴에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하고 두 아이를 혼자 돌봐야 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레나씨는 “아이도 챙겨야 하고 일도 해야 한다. 나에겐 ‘미래’가 가장 스트레스다. 밤마다 미래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가 기댈 수 있는 곳은 국제전화로만 연결되는 고향의 가족뿐이지만, 두 아이가 동시에 열이 날 때 가족은 곁에 있어줄 수 없다.
무겁기만 했던 양육의 부담을 누군가 조금씩 나눠 져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다. 레나씨는 국제아동권리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위기임산부·아동양육 첫걸음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가족상담가 출신인 ‘양육세이버’ 오연정씨가 정기적으로 레나씨의 집을 찾기 시작하면서, 레나씨는 아이를 돌보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한 달에 2~4차례 레나씨의 집에 방문한 오씨는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나 졸려 보일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직접 시범을 보였다. 레나씨의 냉장고에는 ‘큰 아이가 떼를 쓸 때 소리 지르는 대신 꼭 안아줬다’고 적힌 활동 기록지가 붙어 있다.
오씨는 세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레나씨와 아이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편안해졌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부모가 되지만, 지지체계 없이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양육과 훈육의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며 “양육 코칭이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나씨의 사례는 많은 위기임산부와 한부모가족이 겪는 현실과 겹친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만큼이나 깊은 고립감을 호소한다. 지난해 성평등가족부의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적지 않은 한부모가 일상생활에서 ‘도움을 구할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한부모 10명 중 3명(36.9%)은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했고, 2명 이상(26%)은 본인이나 아이가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 1년간 위기임산부 325명 가운데 160명은 출산 후 원가정 양육을 택했다. 출생신고 이후 입양을 선택한 임산부는 32명, 보호출산을 신청한 임산부는 107명이었다. 전체의 49.2%가 아이를 직접 낳아 기르겠다고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이 선택을 뒷받침하는 지지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별 위기임신 상담 지원 내역을 보면,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 1년간 전국에서 이뤄진 위기임신 상담은 모두 1만490건이었다. 이 가운데 ‘단순 정보 제공’이 47%를 차지했고, 행정복지센터 동행이나 DNA 검사 지원 등을 포함한 ‘기타 지원’은 29%였다.
의료나 주거 등 실질적인 서비스로 연계된 사례는 6.8%에 그쳤다. 지역 간 격차도 컸다. 충북(23.1%), 광주(20.2%), 울산(15.5%) 등은 의료·주거 지원 연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경기와 경북은 1.5%에 불과했다.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한 가족지원서비스 역시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 1년간 전북에서는 1164건이 이뤄진 반면, 대구에서는 2건에 그쳤다. 광주·부산·인천·충남 등 지역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레나씨는 “기저귀 같은 물건보다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육세이버를 만나고 나서 삶의 의욕이 생겼다. 내 삶을 잘 꾸려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며 “아이와 잘 소통하고 관계를 잘 맺는 방법을 더 잘 배워서 항상 적용하고 싶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