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남성 육아휴직 살펴보니…지방은행은 대부분 '0명'

2025-03-25

[비즈한국]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2024년 최초로 30%를 돌파했지만 은행권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11월 기업공시 작성 기준 개정으로 12월 결산법인은 3월 공시하는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 사용률을 명시해야 한다. 국내 은행 중 2024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11개 은행의 육아 지원제도 사용 현황을 살핀 결과, 대형은행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10~20%대였으나 일부 지방은행은 3년 연속 ‘0%’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아 지원제도·워라밸 공시, 민간 기업으로 확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24년 10월 제5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민간 기업의 육아휴직 사용 현황을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공시에 육아휴직 사용률을 명시하도록 작성 기준을 개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2024년 11월 15일부터 기업 공시 서식에 육아휴직 및 단축근무 사용률 항목이 신설됐다. 직원 현황에 육아휴직 사용자 수·사용률, 임신기·육아기 단축근무 사용자 수·사용률 등을 함께 기재해야 한다.

3월 25일 기준으로 2024년도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11개 은행(IBK기업·KB국민·신한·우리·하나·아이엠·경남·부산·전북·제주·카카오뱅크)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집계한 결과, 은행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육아 지원제도의 활용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원이 적은 지방은행에서는 3년 연속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0%인 곳도 있었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당해 출생일로부터 1년 이내의 자녀가 있는 근로자 중 당해 출산 후 1년 이내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의 비율을 의미한다. ​2024년 전체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IBK기업은행으로, 64.5%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의 성격 덕인지 육아휴직 사용자가 타 은행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업은행의 2024년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1391명이었다. 기업은행의 전체 직원 수(기간제 근로자 포함)는 1만 3566명으로, 규모가 비슷한 신한은행의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수(470명)와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중 육아휴직 사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59.6%를 달성한 하나은행이었다. 이어 우리은행이 53.2%, 신한은행이 52.8%, 국민은행은 45.2%였다. 하나은행의 경우 여성 직원 사용률이 3개년 연속 100%를 기록했다.

육아휴직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순위는 역전된다. 전체 사용자 수는 국민은행이 562명(여 410명·남 152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신한은행 470명(여 393명·남 77명), 우리은행 349명(여 267명·남 82명), 하나은행 185명(여 158명·남 27명) 순으로 이었다. 전체 직원 수는 국민은행 1만 5927명, 우리은행 1만 4329명, 신한은행 1만 3083명, 하나은행 1만 1892명이다.

4대 시중은행 중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13.6%)이었다. 그 뒤를 신한은행(7.5%), 하나은행(7.3%), 국민은행(7.0%) 순으로 이었다. 우리은행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2023년 44명에서 2024년 82명으로 1년 사이 두 배가량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11개 은행 중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유일하게 10%를 넘었다.

#빅4 은행 남성 육아휴직율 10~20%대

전체 육아휴직자의 성비를 보면 은행권 남성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고용노동부가 2월 발표한 일·육아 지원 제도 혜택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2024년 육아휴직자는 13만 2535명으로, 이 중 남성(4만 1829명)이 31.6%를 차지했다. 최근 10년 사이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처음으로 남성 비율이 30%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11개 은행 중 유일하게 연간 육아휴직 사용자 수가 1000명이 넘는 기업은행은 2024년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3.9%(여 1339명·남 52명)에 불과했다. 1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직원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이 100명 중 4명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지방에 거점을 둔 은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북은행은 2022~2024년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같은 기간 여성 사용자는 37명, 38명, 34명이었고 전체 육아휴직 사용률은 41%, 44%, 31%였다.

아이엠뱅크(옛 대구은행)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2022년 1명, 2023년 0명, 2024년 1명이었다. 남성 사용자 수가 워낙 적어 비율로는 0%로 표기됐다.​ 같은 기간 여성 사용자는 93명, 90명, 85명이었다. 전체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2년 61.8%에서 2023년 58.6%, 2024년 43.2%로 감소했다.

두 은행 모두 전체 직원의 성비 차이는 크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전북은행의 전체 직원 1334명 중 남성이 679명, 여성이 655명이었으며, 아이엠뱅크는 전체 3157명 중 여성이 1609명, 남성이 1548명이었다. 남녀 비율이 반반에 가까운데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직원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규모가 큰 은행일수록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이 큰 현상도 나타났다.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 비율이 10~20%에 달했다. 가장 높은 곳은 국민은행(27.0%)으로, 직원 수도 4대 은행 중 가장 많다. 이어 우리은행이 23.5%, 신한은행은 16.4%, 하나은행은 14.6%였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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