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엽의 독서 노트] 누군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면, 그것은 성공한 것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저, <Be useful : seven tools for life>

2025-02-21

자서전 읽기

<국가론>, <논리철학논고>, <논어> 같은 고전은 누구나 읽었기를 바라지만 읽기 싫어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든가, 욱하는 성격 죽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손이 쉽게 가는 책은 대개 자기계발서(自己啓發書)다.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던 내게 존경하는 작가가 팁을 줬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역사를 풀어낸 사서(史書)를 읽든가, 마찬가지로 드라마 같은 인물의 자서전(自敍傳)을 읽든가.

이 책은 설명이 필요 없는 저자,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진솔한 고백록이다. 그러니까, 자서전보다 톤이 가벼워 읽기 힘들지 않다. 특유의 자신감에 더해 그것조차 겸손하게 보이려 애를 쓴 흔적이 묻어난 탓에 글의 온도도 무겁지 않다.

성공이란

저자에 따르면 누군가 당신을 필요로 할 때, 당신은 성공한 삶을 사는 자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는 이다. 누군가로부터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을 저자는 모든 결정을 할 때의 제1원칙으로 삼았다. 내가 하는 업무, 운동, 정치활동 모두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쓸모 있는 이들로 인해 사회는 추동된다. 호텔을 예로 들면 마스코트인 프런트 데스크도, 필요한 업무를 적시에 처리해주는 컨시어지도, 보이지 않는 곳에 손길을 미쳐 고객을 편안하게 해주는 객실정비도 어느 하나 빠질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때 기계적으로 하게 된다. 저자는 분명히 경고한다. 이 세상 사람들의 70퍼센트는 그저 수동적으로, 기계적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70퍼센트의 사람들은 그저 일하기 싫어하고 만족을 느끼지도 못하며 에너지도 없고,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할 뿐 별 가치 없는 일이라 여긴다. 이러한 문장에 우리는 슬쩍 30%에 속한다는 자기위안으로 칼날을 빗겨가려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나의 일을 정말로 능동적으로 행하고, 만족을 느끼며, 쓸모 있게 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명확한 비전의 부재 탓이다.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견딘 아이가 훗날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처럼, 눈앞에 놓인 당근은 자신을 채찍질하게 만든다. 일과 내내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다 퇴근 5분 전 워커홀릭이 되는 것처럼 퇴근이란 작은 보상도 인간의 능동성을 발현시키기엔 충분하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확실한 꿈을 그리라고 조언한다. 법조인이라면 날카로운 법리로 사회를 보다 나은 세계로 바꾸는 꿈을, 운동선수라면 세계무대를 휩쓰는 꿈을, 호텔리어라면 글로벌 체인 GM이 돼 세계를 누비는 꿈을.

강력한 꿈은 선명하게 그리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학교 수업, 잡지 표지, 극장에서 접한 ‘미국’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이 나라에 대한 동경을 이어나갔다. 금문교를 지나 6차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캐딜락을 운전하며, 로큰롤 스타들을 만나 크라이슬러 빌딩을 방문하는 꿈을 구체적으로 그렸다. 그렇게 그리는 것만으로도 저자는 흥분했고, 심지어 그 흥분은 오래 지속됐다. 지금 당장 파리, 런던, 두바이의 럭셔리 브랜드가 당신에게 GM 직급과 함께 고급 저택 및 세단, 초고액 연봉을 제안하며 스카우트하는 경쟁을 떠올려도 좋다.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면, 분명 가까워진다.

물론 선명하게 그리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호텔리어 꿈이 없는 사람에게는 어떤 호텔의 어떤 직급도 매력이 없다. 따라서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큰 그림을 정해야 한다. 그 그림 안에서 자신이 바라는 것을 구체화한다. 대륙, 국가, 주, 도시, 동네, 거리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더 깊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저자는 조 웨이더가 창간한 보디빌딩 잡지 표지에 실린 모델들을 보며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미국에서 성공한 보디빌더가 되는 것. 그에 따르면, 헬스장 하나에 가더라도 구체적인 이유가 필요하다. 몸을 만들기 위해 간다는 말은 불충분하다. 오는 여름을 앞두고 양양 서퍼비치에서 몸매를 과시하고 싶다든가, 고혈압 진단을 받아 살기 위해 살을 뺀다는 말 정도는 나와야 한다.

그러니까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큰 그림 정도는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못 그린다면, 그것은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고민한 시간조차 없어서다. 그렇게 큰 그림을 정하고 나면, 남은 단계는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 이것도 사실 매우 쉽다. 왜냐하면 자신이 무엇을 구체적으로 원하는지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시간만 가지면 된다.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데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무작정 이 글을 읽고 책을 덮고 생각하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원 산책은 좋은 선택지가 된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상가, 지도자, 예술가들은 모두 공원 산책을 하며 위업을 이뤘다.

베토벤은 악보 종이와 연필을 들고 산책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학생들과 산책하며 사상의 지평을 넓혔다. 읽어보지 않았으면 후회할 <시민불복종>을 쓴 헨리 데이빗 소로는 “다리가 움직일 때 생각이 비로소 흐른다.”고 했고 프리드리히 니체 역시 사유하기 위해 걸었다. 꼭 안에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호텔은 대개 매우 좋은 입지를 갖고 있기에 퇴근 이후 산책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인 경우가 많다. 걷기로 창조적 시공간을 확보해 외연을 확장하는 이야기가 천재들만의 이야기일 필요는 없다. 프런트 데스크에서 기계적 업무를 할 때, 반복되는 정비 업무를 할 때 역시 사색이 가능하다.

저자는 자신의 업무이기도 한 헬스장을 사색의 공간으로 활용했다. 러닝머신 위에서, 스키장 리프트 위에서 10~15분 동안 자신에게 일어났으면 가장 좋은 드라마를 생생하게 그렸다.

이쯤되면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이 떠오르는데 저자는 부인하지 않는다. 어차피 무언가를 강렬하게 갈망한다는 것은 그것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를 하고 있다거나 적어도 노력은 하겠다는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 비전을 머릿속에 아주 선명한 그림으로 새기는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스포츠 스타들은 이 효과를 알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선명하게 그리는 것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은 스포츠 스타들이다. 수영할 때마다 기록을 0.1초씩 단축시키는 것을 상상한 마이클 펠프스, 공이 원하는 타점에 정확히 떨어지는 것을 그리는 제이슨 데이가 그렇다. 격차가 더욱 잔혹한 결과를 낳는 스포츠야말로 정확한 목표를 생생하게 그리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저자도 언제나 생생하게 그려서 확실하게 성취해 왔다고 말한다. 서점에 수없이 쏟아지는 유사 <시크릿>류의 책들 가운데 유독 저자의 문장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저자야말로 보디빌더, 배우, 주지사로서의 인생 3막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나이스하게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도 숨기지 않는다. 비록 불륜으로 문제된 개인 서사에 관한 평가야 박할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넷플릭스 다큐에서 드러난 그의 모습은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담백하게 인정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한 모습이 이 단촐하게 편집된 고백록을 집어들게 했고 어렵지 않게 설득력 있는 그의 문장은 읽기 편했다. 무엇보다 자기계발서 특유의 끼워맞추기 없이 단선적이어서 쉽기도 했다. 원제는 <나는 포기를 모른다>지만 자신에게 가장 와닿은 소제목을 당신만의 책 제목으로 정하기 바란다. 내 경우는 아래와 같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그 꿈이 이뤄진 듯이 행동하라. 무엇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터놓고 말하되, 미래형은 쓰지 마라.

“나는 할리우드에서 알아주는 주연 배우가 될 것이다.”가 아니다.

“할리우드 주연 배우가 됐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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