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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글쓰기가 정말로 힘들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힘을 기울여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글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간에 좋은 글을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서다. 최근 글쓰기에 도움을 준다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도 아마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일 테다.
그러나 AI가 자동으로 글을 써주는 세상이라도 ‘좋은 글’의 탄생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적어도 ‘좋은 글’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1976년 처음 출간돼 40년 가까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이른바 좋은 글쓰기란 무엇인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왕도’를 제시한다. 평생을 신문기자이자 작가, 교수로 살며 ‘작가들의 작가’로도 불렸던 저자가 1973~1979년 예일대에서 논픽션 쓰기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저술한 이 책은 첫 출간 후 미국에서만 150만 부가 팔린 ‘글쓰기의 고전’이다. 국내에서는 30번째 개정판을 토대로 2007년 처음 번역 출간됐다. 이번 책은 18년 만에 재출간된 제2판으로 표지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본문을 재구성해 가독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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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2세 나이로 작고한 저자는 이 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글을 쓰며 글쓰기에서 명료함과 간결함, 그리고 인간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전해왔다. 실제 그가 제시하는 글쓰기의 원칙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간소하게 써라. 저자는 “좋은 글쓰기의 비결은 모든 문장에서 가장 분명한 요소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데 있다”며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단어, 짧은 단어로도 표현할 수 있는 긴 단어, 이미 있는 동사와 뜻이 같은 부사와 같은 것들이 모두 문장의 힘을 약하게 하는 불순물”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것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좋은 글로 한 발짝 다가가는 힘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대부분 초고는 글의 내용과 글쓴이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도 절반은 줄일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둘째, 글을 애써 꾸미지 말고 나 자신이 돼서 쓰라. 저자는 “자신만의 문체란 화려하고 장식적인 표현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깨에 힘을 빼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데서 생겨난다”고 말한다. ‘자신을 위해 글을 쓰라’는 충고도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좋은 글쓴이는 글 바로 뒤에서 자신을 드러낸다”며 “자기 자신을 팔자. 그러면 자신만의 주제가 호소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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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글쓰기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강제로 일정한 양을 정기적으로 쓰는 것이다’거나 ‘(좋은 글쓰기에) 여전히 필요한 것은 수수하고 오래된 노력’이라는 조언, ‘진실한 이야기가 곧 독자를 위한 글쓰기’라는 생각은 현재 글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글을 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겨둘 만한 문장들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시간을 들여 한 번은 정독해볼 만하다. 2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