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긍정이 세상의 어둠과 만났을 때…티핑 포인트의 복수

2025-02-21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

말콤 글래드웰 지금, 김태훈 옮김

비즈니스북스

말콤 글래드웰(62)은 우리에게 ‘1만 시간의 사나이’다.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2008)에서 그는 사람을 전문가로 만드는 것은 연습 시간이며 1만 시간(하루 세 시간일 때 10년)이 차이를 만드는 지점이라고 썼다. 이건 관찰이었지만 많은 사람은 이를 자녀 교육법으로 받아들였다. 1만 시간의 법칙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노력만으로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없는데 재능이라는 요소를 무시했다는 거였다. 그러나 그게 책의 요점이다. 지속성과 끈기를 강조한 메시지는 호소력이 있었다. 뭔가 민주적이기도 했다. 더구나 그는 무한정 노력하라고 하지도 않았다. 1만 시간, 즉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목표 지점을 구체적인 숫자로 표시했다.

글래드웰은 이런 ‘양질전환의 순간’을 알아내기를 좋아한다. 데뷔작 『티핑 포인트』(2000)부터 그랬다. 티핑 포인트는 ‘갑자기 반응이 폭발하는 지점’이다. 그의 요지는 사회적 변화는 전염병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소수가 다수의 생각과 행동을 바꾼다. 우리가 그 작동 조건을 알아낸다면 사회는 얼마나 많이 개선될 것인가. 신작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에서 ‘소수’는 ‘슈퍼 전파자’로 더 작아졌다. 그러나 톤은 희망에서 비관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이 책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다. 첫째, 코비드 19 팬데믹. 둘째 소수인종 우대입학 제도의 위헌 판결. 셋째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재앙. 모두 암울한 이슈이며 그래서 원제가 ‘티핑 포인트의 복수’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구가 도리어 우리를 해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슈퍼 전파자, 오버스토리, 임계량, 이 세 개념이 이번 책의 핵심이다. 슈퍼 전파자는 사태의 원인인 극소수의 사람들이다. 오버스토리는 시대정신, 공동체의 기본 가치와 비슷하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이에 충성하려는 경향이 놀랄 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임계량은 25%에서 33% 사이에 있는 어느 지점이다. 여기 도달하면 모든 것이 바뀐다. 예컨대 미국에서 한 동네가 완전히 흑인 동네가 되는 임계량은 30%로 알려져 있다. 흑인 가구가 30%가 되면 모든 백인이 떠난다. 캘리포니아의 한 동네는 인종별 대표자들이 협약을 맺었다. 흑인 가구 수를 30% 미만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이상주의자들을 격분시킬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떠나려는 백인을 설득하고 동네를 인종 통합 공간으로 유지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사회를 바꾸고 싶다면 임계량에 대해 이 정도로는 솔직해져야 한다. 미국 교육 관료들과 대학 총장들은 소수인종 우대입학을 옹호해 왔다. 그러나 적절한 비율이 몇 퍼센트냐는 재판관의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저자가 보기에 이 제도가 위헌 판결을 받게 된 것은 이들의 위선과 비겁 때문이다.

읽다 보면 이 책의 진짜 현안은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요술 버튼이 아니라 미국 정치의 무능에 대한 실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기오염의 예를 보자. 과학자들은 5%의 불량 차량이 자동차 대기오염의 55%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중요한 실마리지만 정치인에게는 무의미한 소리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 낡은 차들을 압수라도 하게? 소유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일 텐데? 이런 일에 나서려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덕분에 사회 공학은 점점 실현 불가능한 상상의 유희가 되는 중이다. 문제는 이를 기업이 악용할 길은 열려 있다는 것이다.

늘 그래 왔듯 글래드웰은 불가사의한 현상을 제시하고, 이를 최신 이론으로 푼 뒤, 우리를 뜻밖의 결론으로 데려간다. 이런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쾌감이 우리를 감탄시킨다. 다음에 그가 어떤 주제를 다룰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의 빌런으로 떠오른 정치는 한동안 그의 주요 관심사가 될지 모른다.

김영준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