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가는 테슬라, 규제혁신 시급한 한국

2025-11-19

테슬라 코리아는 12일 X(옛 트위터)에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Supervised)이 곧 한국에 도착한다”는 15초 영상을 공개했다. 서울 압구정동 도로에서 운전자가 손을 떼고 차량을 주행하는 장면에 우리는 ‘뜨끔’하다.

테슬라는 한·미 FTA를 근거로 2023년 이후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 S·X·사이버트럭에 FSD를 적용해 한국에서 사실상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낡은 규제 속에 갇혔다. 예컨대 원격 주차 기능을 사용할 때 운전자와 차량 사이의 거리를 6m로 제한한 규제는 기술 발전과 엇박자다.

지금 세계는 자율주행과 관련해 두 가지 AI 접근 방식으로 나뉜다. 유럽연합(EU)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사전예방 원칙’을 고수한다. ‘비전 제로(Vision Zero)’라는 목표 아래 단 한 건의 사고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판단 과정을 모두 사람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FSD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카메라가 포착한 전체 상황을 동시에 해석해 결정을 내린다. 사람이 만든 단순한 규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EU의 규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시장 자율에 맡기되, 문제가 생기면 사후적으로 제재를 가한다. 실제로 FSD의 신호 위반 문제가 제기되자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약 290만 대를 조사했다. 중국은 그보다 직접적이다. 정부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원격 통제하고, 데이터 국외 반출을 제한하며,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사실상 의무화한다. 국가가 기술의 주도권을 놓지 않는 방식이다.

한국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대응 속도가 지나치게 늦다. 첫째, 약 25만 명으로 추산되는 운수업계의 저항이 강하다. 둘째, 규제 당국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점을 우려해 결정을 미룬다. 셋째, 국내 기업의 기술 개발 속도 역시 빠르지 않다. 현대차의 레벨 3 기술(HDP)은 실제 도로 변수 등을 이유로 도입이 연기된 상태다. 이런 구조에서는 정부가 해외 기업의 고도 자율주행 기능을 선제적으로 허용하기 어렵다.

이제 한국도 선택해야 한다. 규제를 완화하되 미국·중국식 접근처럼 위험을 ‘수용 가능한 범위’로 관리하는 방향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사고 책임 공백을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배상 기금 마련 등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으로 자율주행은 기술 문제가 아니다. 위험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정을 누가 내릴 것인가의 문제다. 최근 테슬라가 거둔 성과는 한국이 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

이수화 서울대 빅데이터혁신융합대학 연구교수 법무법인 디엘지 AI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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