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1년 만에 폐지되며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이 가능해졌지만 정작 이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가 실적 부진과 인공지능(AI) 신사업 투자와 맞물려 통신시장에서 경쟁 최소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13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올해 연간 마케팅비는 합산 7조 4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 7조 7533억 원, 지난해 7조 6118억 원에 이어 감소세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이 약 2조 7000억 원, KT 2조 5000억 원, LG유플러스 2조 2000억 원으로 3사 모두 지난해보다 줄거나 제자리에 머무는 수준이다.
마케팅비는 통신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지급하는 판매장려금과 대리점·판매점 지급 수수료 등으로 구성돼 통신시장 경쟁 지표로 여겨진다. 정부는 앞서 7월 3사의 단말기 보조금 상한을 없애 마케팅 경쟁을 촉진하고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11년 만에 단통법을 폐지했다. SK텔레콤 해킹 사고 직후 번호이동 수요까지 급증하며 하반기 본격적인 가입자 유치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정책이 제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계통신비 부담은 정치권으로부터 잇달아 지적받으며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 평균 통신비가 지난해 5만 6279원으로 10년 새 20% 올랐다고 지적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단말기 구입 시 평균 지원금이 지난달 75만 원으로 단통법 시행 직전인 6월 대비 2만 원 오르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반면 잇단 해킹 사고로 통신분쟁조정 접수 건수가 7월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통신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늘고 있다.
3사는 5G 시장 포화와 수익성 악화, AI 투자 경쟁으로 마케팅비를 늘릴 여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지난해 동기 대비 33% 감소한 8291억 원이다. 특히 SK텔레콤은 해킹 사고에 따른 매출 감소와 과징금·유심 비용으로 3분기 274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하나증권은 분석했다. KT 역시 8월 불법 기지국 해킹 여파에 4분기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3사 모두 5G 가입 비중이 이미 80%에 육박해 신규 유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알뜰폰(MVNO) 활성화, 중저가폰 출시 확대 등으로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