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급락…대형마트에 ‘소비쿠폰’ 안 준 진짜 이유?

2025-10-12

사용처 제외된 마트·SSM, 3분기 매출↓…“자영업자 보호 vs 소비자 불편”

전문가들 “소상공인 보호 취지 유지, 유통채널 간 역할 반영한 설계 필요해”

민생소비쿠폰이 내수 진작의 마중물로 기대를 모았지만,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업계에는 ‘역풍’이 됐다.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소비자 발길이 동네마트와 편의점으로 쏠렸고, 그 여파로 대형 유통채널의 매출이 급감했다.

정책 취지는 ‘지역 소상공인 보호’였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유통 채널이 배제되며 시장 왜곡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 3분기 ‘쇼크’…8월 –15.6%, 9월에도 감소 지속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8월 정부 집계(-15.6%)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6~7월(-2%대)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여전히 깊은 하락세다.

대형마트 업계는 추석 특수를 기대했지만,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된 탓에 소비자들의 장보기 수요가 쿠폰 사용이 가능한 동네마트나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집 앞 마트’ SSM도 매출 급락…5개월 연속 상승세 끊겨

GS더프레시·이마트에브리데이 등 SSM(기업형 슈퍼마켓)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9월 SSM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8월에는 5개월 연속 이어지던 매출 증가세가 끊기며 5.9% 급락했다.

SSM은 그간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며 성장했지만, 이번 정책 제외로 정체성의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편의점만 ‘깜짝 반등’…신선식품 확대 전략 적중

소비쿠폰의 직접 수혜 업종이었던 편의점은 활짝 웃었다.

내수 부진으로 4~6월 3개월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던 편의점 매출은 7월 3.9% 증가로 전환됐고, 8월에도 1.1% 상승세를 이어갔다.

편의점 업계는 소비쿠폰 효과를 빠르게 흡수하기 위해 소포장 정육·과일·채소 등 신선식품과 저가 생필품 비중을 대폭 늘렸다.

1차 소비쿠폰(7월21일~9월12일) 사용처는 음식점(40.3%), 동네마트·식료품점(15.9%), 편의점(9.5%)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장보기 패턴도 바뀌었다. 8월 기준 1회 방문당 구매 금액이 대형마트는 7.5% 감소, SSM은 2.9% 감소한 반면, 편의점은 3.5% 증가했다.

유통트렌드 분석가는 “편의점이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소포장·신선식품 중심 전략이 소비쿠폰 수요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고 진단했다.

◆대형마트의 반격, ‘4분기 총력전’…할인·퀵커머스·구독전략 총동원

3분기 부진을 겪은 대형마트 업계는 4분기 만회전을 준비 중이다.

이마트는 추석 직후 포도·모둠회·삼겹살 등 인기 품목 55종을 대폭 할인하는 대규모 행사를 시작했다.

또 ‘퀵서비스(1시간 내 배송)’의 대상 지역과 품목을 확대하고, 산지 직매입을 늘려 가격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추석 연휴 기간부터 김장철 선제 이벤트를 열고, 산지 물량을 30% 늘렸다. 김치 양념·알타리 등 주요 재료를 사전예약으로 판매하며 구독형 상품군도 확대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매출 회복을 위한 이벤트성 대응에 그칠 경우 지속 가능성이 낮다”며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근본적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정책 취지는 좋았지만, 설계는 허술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 정책의 ‘유통채널 차별’ 문제를 지적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SSM이 제외된 것은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가 낳은 결과”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취지로 했지만, 실제로는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채널을 배제하면서 시장 왜곡을 초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쿠폰의 긍정적 소비 자극이 전체 유통시장에 확산되지 못하고 일부 업태만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가 됐다”며 “정책 설계 단계에서 업태별 균형 고려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매출 등락’ 이상의 신호로 본다.

대형마트는 여전히 국민 장바구니 물가의 기준점이지만,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디지털 시대 소비 패턴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8~9월 매출 감소는 일시적 충격이지만,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 유통채널이 모바일 기반 유통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소비쿠폰 정책이 업태 구분이 아닌 ‘소비자 이용률과 물가 안정 기여도’를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 전문가는 “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는 유지하되, 유통채널 간 역할을 반영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형평성과 효율성 모두 고려한 접근이야말로 진정한 민생경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