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보다 간식을 자주 먹는 아토피피부염 아동의 가려움이 한식 위주인 아동보다 두 배가량 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배경엔 장내미생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민영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김혜미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임치현 UNIST 산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0일 아토피피부염 아동의 음식 섭취 패턴과 증상, 장내미생물 환경의 연관성을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3~6세 미취학 아동 75명(아토피피부염 환아 24명, 건강한 아동 51명)을 '한식 위주 식단'과 '간식 중심 식단' 두 그룹으로 나눴다. 간식 중심 식단군은 밥보다 간식을 많이 먹어 주식 섭취가 줄어드는 식이다. 자녀가 24시간 내 먹은 음식을 부모가 적어내는 등의 방법을 활용해 종합 평가했다.
분석 결과, 간식 중심 식단인 아동의 수면을 방해하는 가려움 정도는 3.5점으로 나왔다. 한식 위주로 먹는 아동의 가려움 수준(1.75점)보다 두 배 높다. 실제로 한식 위주 식단 아동은 잠을 설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밝힌 반면, 간식 위주 식단 아동은 빈번하다는 응답을 내놨다.
삶의 질 점수를 매겼을 때도 비슷했다. 간식을 주로 먹는 아동은 7.25점으로 한식 위주(2.34점)의 3배를 훌쩍 넘겼다. 해당 점수는 높을수록 삶의 질이 저하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과 뒤엔 음식 섭취 차이에 따른 장내 세균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밥보다 간식을 즐겨 먹는 아동의 장에선 '도레아'와 '애너로스티페스'라는 미생물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해당 미생물은 가려움증이 심하고, 삶의 질이 낮은 아이들에게 더 많이 존재했다.
반면 한식 위주로 먹은 아동, 아토피피부염이 없는 아동의 장에선 유익균으로 알려진 '오실리박터'가 풍부했다. 해당 균은 김치를 먹을수록 더 많아졌다. 또한 비타민C 섭취량이 적을수록 아토피피부염 중증도 지표는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했다.
이러한 내용은 같은 질환을 가진 아이들이라도 식습관에 따라 장내미생물 구성과 증상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동안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던 아토피피부염 식이 관리에 대한 지침을 제시한 셈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소아청소년 알레르기와 면역(Pediatric Allergy and Immun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정민영 교수는 "이번 연구가 질환별 식이 전략을 마련할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토피피부염 환아에게 계란·우유 등을 무분별하게 제한하기보다 균형 잡힌 식단과 비타민C를 포함한 맞춤형 영양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