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 떠나지만···분열 흔적은 여전히 거리에

2025-04-06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사흘째인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탄핵 찬·반’ 시위대는 사라졌다. 다만 거리에는 분열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곳곳에는 탄핵 찬·반 집회 측의 손팻말, 현수막이 버려져 있었고 찢어진 스티커 등이 을씨년스럽게 붙어있었다. 한남동 주민들은 “빨리 관저를 떠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이 이사갈 서초동의 주민들은 갈등의 불씨가 서초동으로 옮겨붙을까 불안해했다.

이날 한남동 관저 앞에서부터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며 살펴본 거리에는 지난 4개월 간 이어진 집회·시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관저 앞에는 경찰 방호벽과 집회 통제선이 인도 한쪽에 여전히 설치돼 있었다. 인근 건물 외벽에는 ‘내란죄 윤석열 탄핵’이라고 적힌 붉은색 스티커가 반쯤 찢긴 채 붙어있었다. 변압기에는 ‘이재명 XXX’ 라고 적힌 낙서도 있었다. 한강진역 인근 횡단보도에는 자유통일당이 붙인 ‘윤석열 파면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한남초등학교 인근 길가에는 윤 전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대통령 즉시 복귀’ 글귀가 적힌 깃발이 구겨진 채 인도 앞 울타리에 매달려 있었다. 한남오거리 쪽 버스정류장, 육교 등 곳곳에 ‘STOP THE STEAL’이라고 적힌 스티커도 그대로 붙어있었다. 시위대 진입을 막기 위해 ‘이곳은 사유지입니다’라고 적은 안내문도 건물 입구에 걸려있었다. 버스정류장에는 ‘한남동 일대의 집회로 도로 통제 시 노선버스 임시 우회’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한남동 일대 곳곳의 시위대 흔적은 한남대교를 건너자 찾아볼 수 없었다. 거리의 현수막은 더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이 뛰어노는 등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졌다.

탄핵 찬반 현수막이 다시 등장한 건 서초동 사저에서 차로 5분가량 떨어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서부터였다. 터미널 인근 교차로에는 ‘당장 파면해야 합니다’ ‘파면이 답이다’ 등이 적힌 현수막과 ‘탄핵 반대’가 적힌 현수막이 경쟁하듯 일렬로 걸려있었다.

한남동 주민들은 그간 집회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빨리 관저에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이모씨(67)는 “멀쩡하고 안전한 청와대를 놔두고 이리로 와서 주민들을 불편하게 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돈기씨(84)는 “나가라고 했으면 빨리 나가야지. 이제 파면돼서 대통령 자격이 아닌데 왜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모씨(45)는 “그간 소음 때문에 밤에 잠도 못 자고 시위대 때문에 강아지들 산책도 못 시켰다”며 “오랜만에 평화롭게 산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초동 사저 인근 주민들은 윤 전 대통령이 사저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조만간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사저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50대 여성은 “아파트 주변에서 장사하는데 대통령이 오면 경호처가 깔리니까 장사가 안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저 인근 아파트에서 사는 20대 남성 A씨는 “학교 가야 하는데 교통이 막힐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시위대가 오는 것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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