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공 안 놓쳤다면’…승부보다 빛나는 청춘

2025-07-31

슬로 커브를 한 번 더

야마기와 준지 지음 | 고은하 옮김

모로 | 392쪽 | 1만8000원

“여름이 아니면 그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름은 가끔 뭔가를 미쳐버리게 하니까.”

해마다 일본의 여름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의 열기로 뜨겁게 타오른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명승부 못지않게 뼈아픈 실책도 허다하다. 1979년 8월16일 세이료고등학교와 미노시마고등학교의 경기. 오후 4시에 시작한 경기가 야간 경기가 됐다. 스코어는 3 대 2. 미노시마가 세이료를 1점 차로 쫓아가고 있었다. 타자 한 명만 잡으면 경기가 세이료의 승리로 끝나는 연장 16회말 2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미노시마의 선수가 친 공이 1루 쪽으로 날아갔다.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파울성 타구였지만 세이료 1루수 가토 나오키는 공을 놓쳤다. 야간 경기 조명 탓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최악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토에게는 너무나 불운하게도 상대팀의 다음 타자가 홈런을 날렸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세이료 야구부 출신이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제가 먼저 말해요. 16회에 고시엔 칵테일 광선(야간 조명)에 들어간 공을 놓친 그 가토, 그 1루수가 저라고요.”

1980년대 일본의 전설적인 스포츠 논픽션 작가 야마기와 준지가 이 경기를 보고 쓴 르포 기사는 열혈과 청춘과 성장이 완벽한 삼박자를 이룬다. 경기의 흐름은 물론이고 투수와 타자, 감독과 심판 등 관계자들의 심리가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슬로 커브를 한 번 더>에는 이 경기 이외에도 복싱, 스쿼시, 조정 등을 포함해 다양한 스포츠 경기 8개에 대한 글이 실렸다. 하나하나가 극적인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땀과 승부의 현장이 저자의 마술 같은 문장력에 실려 수십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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