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보다 45세 어린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의 태수일 때, 공자가 무성에 간 적이 있다. 고을에 들어서자 화평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공자는 내심 “아! 작은 고을임에도 자유는 내 가르침대로 예악(禮樂)으로 고을을 잘 다스리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대견해 하면서도 자유를 만나자, ‘예악의 도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나 사용하는 것이지, 이런 작은 고을에도 예악을 사용하다니!’라는 투로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고 물었다. 자유가 곧바로 “선생님께서 늘 큰 나라든 작은 고을이든 예악의 도로 다스려야 한다고 하셨잖아요?”라는 뜻으로 반문했다. 공자가 껄껄 웃으며 “네 말이 맞다. 내가 잠시 널 놀렸느니라”라고 말했다. 참 아름다운 사제간의 대화이다.

꼭 해야 할 바른 일은 작은 일임에도 큰일인 듯 소를 잡는 칼을 쓰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에는 닭 잡는 칼을 쓰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분별력이 있기는커녕 아예 진실을 외면한 채, 오직 내 편인지 아닌지에 따라 ‘소칼’과 ‘닭칼’을 제 맘대로 들이대어 선악을 뒤바꿔 처벌하는 악질 고관들도 있다. 언젠가는 굳이 ‘탈탈 털’ 필요도 없이 무서운 ‘소칼’이 자신을 향하는 날을 맞게 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